"러, 침공 위해 '자작극 요원 배치"..격해지는 미-러 갈등
러, "인내가 바닥나고 있어. 요구 받아들여야"
극한 대립 속 러, 해커집단 '레빌' 전격 체포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9~13일 이뤄진 미국 등 서구와 러시아 간의 일련의 대화가 성과 없이 마무리된 뒤 미 백악관과 국방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위장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잇따라 쏟아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해커 집단을 전격 체포하는 등 파국을 피하고 긴장을 관리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의 구실로 자신들이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공격으로 보이는 공작, 즉 ‘위장작전’을 수행하는 공작원들을 러시아가 미리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우려를 공유하면서, 러시아 군부가 자신들의 침공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위장술책’을 “(실제) 침공을 하기 몇주 전에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작전이) 1월 중순에서 2월 중순 사이에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 역시 15일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주장은 러시아의 위장작전 부대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참여 중인 친러시아계 세력들을 거짓 공격한 뒤, 이를 구실 삼아 군사행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우려가 나온 타이밍이다. 지난 13일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등이 모두 참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담 등 연쇄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난 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 미국 대사는 “전쟁의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구실을 조작하기 위해 근거를 만든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할 때 사용한 똑같은 각본(playbook)”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 대변인은 이에 대해 “무엇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회담이 결렬된 뒤 미국 등을 향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러시아의 목소리는 더 노골화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15일 자국 언론에 “인내가 바닥나고 있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그것은 (선택해야 하는) 메뉴가 아니라 (일괄 타결해야 하는) 패키지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즉, 자신들이 요구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 금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1997년 이전 시점으로 나토 군사력 철수 등의 요구를 미국이 일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연쇄 회담에서 미국과 나토의 주요국들은 한 나라가 나토에 가입할지 말지는 ‘해당국들이 결정해야 하는 주권 사항’이라며 요구를 수용할 여지가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식에도 미-러 모두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공식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회담 이후 “미국 등 서방과의 대화가 결렬되지 않았고,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커비 대변인 역시 “외교의 시간과 공간이 여전히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가 14일 미국이 요구하던 해킹단체의 조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경찰은 이날 랜섬웨어를 이용한 해킹 범죄 집단으로 지목된 ‘레빌’ 구성원 1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 기반을 둔 레빌은 악성 랜섬웨어를 감염시키고 그 복구의 대가로 금품을 챙기거나 애플 등 거대 기업의 정보를 해킹한 혐의를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이 단체에 대해 1천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추적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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