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돼지 장기이식에 대한 논란
최근 미국에서 부정맥으로 6개월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지만 심장기증자를 찾기 어렵고, 인공심장도 위험하다고 판단된 환자의 동의를 얻어 유전자조작을 통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비활성시킨 돼지심장을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크게 보도됐다. 수술 후 환자는 특별한 거부반응없이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의 장기를 가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은 현재까지 오랜 실험을 거쳐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다른 종류의 동물간에 장기를 이식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하지 못하여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에 면역거부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억제제가 개발되었고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는 유전자변형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종이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10월에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돼지의 신장을 뇌사환자에게 이식한 사례도 보고 된 바 있다. 이번 심장이식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종장기이식에 영장류가 아닌 돼지의 장기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영장류는 번식이 까다롭고 생장기간도 길 뿐 아니라 사람과 장기의 크기가 다르고 윤리적인 문제가 많이 대두되는 반면 돼지의 경우 장기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생리적으로도 유사한 점이 많을 뿐 아니라 번식이 빠르고 생육기간이 짧아서 거부반응을 최소화한 유전자조작을 한 장기를 한꺼번에 빠른 시일에 공급할 수 있다. 또한 돼지의 경우 무균처리된 사육시설에서 키울 수 있어 감염위험도도 훨씬 낮기 때문에 장기이식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는 하루 5.2명꼴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6년 이후 정체되고 있다. 이종이식이 성공한다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을 이용하여 사람에게 필요로 하는 장기를 생산한다는 점은 많은 윤리적 및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장기를 공여하는 동물의 유전자를 임의적으로 조작하는데 이러한 인위적인 유전자변형이 나중에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예를 들어 동물의 변형된 유전자로 인하여 나중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장기이식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물의 감염병이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 이러한 감염문제로 인하여 장기이식을 받은 후에 이식받은 환자들과 환자의 주변인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인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동물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조작과 무균실서 사육해야 하고 병원도 동물마취와 수술을 위한 장비를 새로 설치하는 등 이종장기를 만들고 사람에게 이식하기까지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따라서 수여자의 경제적인 능력에 상관없이 빨리 신청한 순이나 긴급성에 따라 받게 되는 현재의 뇌사자 장기이식제도와 달리 이종장기이식의 경우 경제적으로 지불능력이 있는 환자가 우선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이종장기이식의 혜택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건강불평등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만약 이종이식이 성공적인 것으로 확인되어 그 사례가 늘어나면 사람 간의 장기기증은 감소하게 되는 결과로 이루어져 장기기증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살아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는 생체장기이식은 급격히 줄어 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종장기이식이 활성화되면 생체기증 장기이식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넷째, 이종장기이식은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전에 많은 실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혹시 이종장기이식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의사가 이종장기이식의 문제점을 제대로 설명하였는지와 함께 환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장기이식 위한 동물들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생겨
다섯째,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 이는 동물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더라도 이식된 장기가 사람의 일상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다. 최악의 경우 몇 년에 한번씩 반복적으로 장기이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여섯째, 동물들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위한 동물들은 배아 단계에서부터 죽기까지 좁고 밀폐된 무균화된 우리에서 살아야 한다. 또한 장기이식전까지 고통을 주는 여러 침습적인 행위에 노출된다. 사람이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생명을 가진 동물들을 착취하고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곱째, 이렇게 동물장기를 이식받은 자를 인간으로 인정한다면 만약 인간에게 장기이식을 위하여 태어난 동물들도 인간성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여야 하는지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장기이식을 위해 태어나고 길러진 동물들을 장기이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부러 죽이거나 다치게 한다면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의 죄명은 동물학대죄를 적용해야 할까 아니면 상해죄 혹은 살인죄를 적용해야 할까?
현재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뇌사자의 장기기증숫자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어 이종장기이식은 앞서의 문제를 해결할 매우 좋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종이식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어 실제 수년내에 이종이식이 실제 임상에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종이식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여러 사회적 및 법률적인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종이식 본격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할 사회적 난제들에 대하여 우리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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