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이용규'는 있어도 '제 2의 김대유'는 없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제 2의 이용규'는 있어도 '제 2의 김대유'는 없다?
국가대표 외야수로 명성을 날렸던 이용규(37)는 2020시즌을 마치고 한화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리빌딩을 진행하는 한화의 구상에 이용규는 포함되지 않았다.
'무적 신세'가 된 이용규에게 손을 내민 팀은 바로 키움이었다. 키움은 이용규와 연봉 1억원에 계약했고 이용규는 '가성비 갑(甲)' 타자로 불리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133경기에 출전, 타율 .296 1홈런 43타점 17도루를 기록한 이용규는 무엇보다 4할대에 가까운 출루율 .392를 찍으면서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 해 136안타를 추가한 이용규는 개인 통산 1986안타를 기록하고 있어 올해 2000안타라는 대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이용규의 키움행은 야구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올해도 벌써 '제 2의 이용규' 타이틀을 노리는 선수들이 꽤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단들이 대규모 방출을 감행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SSG는 노경은과 연봉 2억원에 계약했고 두산은 임창민과 1억 2000만원, 김지용과 6000만원, LG는 김진성과 1억원, KIA는 고종욱과 7000만원에 사인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이용규로 재미를 봤던 키움은 이번엔 김준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과거에 1군 주축 멤버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방출이라는 시련을 딛고 새로운 팀을 찾은 선수들이기에 간절함 만큼은 이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지난 해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김대유(31)는 LG의 핵심 중간계투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64경기에 나와 4승 1패 24홀드 평균자책점 2.13으로 맹활약한 김대유는 좌완투수로는 가장 많은 홀드를 쌓으며 커리어 최고의 해를 장식했다.
넥센, SK, KT를 떠돌던 그에게 또 한번의 이적이 이뤄진 것은 다름 아닌 2차 드래프트에서였다. LG는 2019년 겨울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김대유를 지명했다. 당시만 해도 2라운드에 지명된 정근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지만 진짜 알짜는 바로 김대유였다.
김대유는 비록 LG 입단 첫 해인 2020년에는 평균자책점 23.14에 그쳤지만 이미 그해 스프링캠프부터 주목 받는 '비밀병기'였다. 당시 김대유는 "LG가 나를 데려온 것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잘 데려왔다'는 말을 들으면 성공이다"라고 각오를 불태웠는데 지난 시즌의 활약으로 자신의 말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제 2의 김대유'가 나타날 수 없다. 2차 드래프트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대신 KBO는 퓨처스리그 FA 제도를 신설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자격 요건을 채우기가 워낙 까다로운데다 타팀 이적시에는 영입 구단이 원소속팀에게 보상금(직전 시즌 연봉의 100%)까지 지급해야 한다. 결국 강동연, 국해성, 전유수 3명만 퓨처스 FA를 신청했고 그나마 강동연은 NC와 연봉 4200만원에 계약하면서 1호 계약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지난 해보다 200만원이 삭감된 것이었다. 벌써부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퓨처스 FA보다 방출선수 시장이 더 뜨거웠던 스토브리그. 뭔가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차라리 2차 드래프트가 낫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번 겨울을 통해 분명한 문제점이 나타났으니 번드시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이용규(왼쪽)와 김대유.(첫 번째 사진) 두산에 새로 입단한 김지용(왼쪽)과 임창민. 사진 = 마이데일리 DB, 두산 베어스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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