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전에 아버지 얼굴 봤으면"..광주 아파트 붕괴 수색 장기화에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김태희 기자 2022. 1.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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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14일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발 설날이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아버지가 나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실종자의 아들 김모씨(25)는 16일 현대산업개발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씨의 아버지(55)는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난 이날까지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 설비 기술자였다. 5개월 간 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면서 대부분은 건물 지하에서 작업했다. 지상에서 일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사고 당일 상층부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는 “왜 하필 우리 아버지인가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면서 “아버지가 계속 여기(붕괴 현장) 계시는데 도저히 떠날 수가 없고, 아버지가 추운 곳에 혼자 계시고, 집에도 가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제가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은 저희에게 원인이 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수색에 필요한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대안을 찾기는 커녕 그냥 기다린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대산업개발이) 진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색 작업이 장기화 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인 안모씨는 “오늘 내일 결과가 안 나오면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될 것 같다”면서 “‘아이파크 붕괴 희생자 가족협의회(가칭)’을 꾸려 피해자와 실종자들에 관련 사항에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상황이 길어지니까 가족들이 공동으로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5일 올라온 이 청원은 관리자 검토를 받지 않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하루만인 이날 오후 기준으로 1만2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실종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현대산업은 광주실종자구조에 집중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색작업을 하는 소방관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필요한 안전망 설치 약속을 지키지않고 애꿎은 소방관만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자 수색 작업보다는 부실공사 해명과 책임회피, 재시공 관련일에 급급하다. 저희 실종자 가족들은 모두 힘없는 시민”이라면서 “조속히 장비, 인력을 지원해 하루빨리 저희가족이 나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번 붕괴 사고의 실종자 중 처음으로 발견된 60대 남성 A씨의 사망 원인은 ‘다발성 손상’이라는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실종자 6명 중 처음으로 발견된 A씨를 부검한 결과 다발성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이날 경찰 등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

공식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지만 경찰은 사고로 인한 사망이 명백한 만큼 이날 오전 유족에게 고인의 시신을 인계했다. A씨의 가족들은 연고가 있는 수도권으로 이동해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2단지 공사현장에서는 신축 중이던 39층 아파트 1개 동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장에 투입됐던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이 가운데 1명은 지난 14일 지하 1층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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