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이혼 가정 자녀와 결혼하는 걸 반대합니다" [법알못]

김수영/이미나 2022. 1. 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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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가 요즘 푹 빠진 프로그램이 있어요. '돌싱글즈'인데요. 돌싱에 대한 편견을 많이 없애줬다고 생각해요. 돌싱분들이 서로 사랑하고 마음 나누는 과정이 싱글분들하고 다를 게 없잖아요."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연애프로그램을 즐겨본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러자 김구라와 김국진은 "당연히 다 똑같은 사람이다. 오히려 사람이 신중하게 된다"며 맞장구쳤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10.1%로 나타난 반면, 긍정 응답률은 51.9%로 높게 나왔고, '보통이다'라고 답한 남녀는 38%를 차지했다.

이혼에 대한 부정 인식이 낮아지면서 돌싱이 된 연예인들이 나오는 예능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우리 이혼했어요'를 시작으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전하는 '신발 벗고 돌싱포맨', 이혼 후 홀로 육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가 키운다'까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혼이 '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사연을 공개한 네티즌 A 씨는 자신의 친오빠와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B 씨가 이혼가정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A 씨는 "B의 집이 이혼가정이라고 하더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지금은 엄마랑 둘이 살고 있다는데 우리 부모님은 '이혼 가정은 무조건 문제가 있다', '결핍이 있어서 같이 살면 행복하지 못할 거다'라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성격도 좋고, 경제력도 있는 B 씨가 단지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반대에 부딪힌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B의 집은 어머니가 사업을 해서 잘 사는 편이다. 반면 우리 집은 형편이 어려워 해보지 못한 일도 많다"면서 "B의 어머니가 사업하면서 생긴 카페 체인점 쿠폰이나 화장품 등 챙겨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이 또한 본인들 돈 안 드는 공짜 선물이라면서 마음에 안 들어 하더라"며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새언니를 위해 놓아달라", "흠잡을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런 듯", "이혼 가정이 흠이라면 가난도 흠이다", "이혼 가정이라도 저런 경우라면 사랑받고 잘 자랐을 것 같은데", "이혼 자체가 흠이라기보단 그 집안의 분위기를 봐야지"라며 A 씨에 공감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나 같아도 이혼 가정은 반대할 듯", "홀어머니에 외동딸이면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 "이혼 가정은 자녀에게 정서적 결핍을 만들 수 있다", "냉정하게 흠 맞다", "이혼 가정이라고 무조건 반대할 순 없지만 살아보니 가정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 건 크게 느낀다", "아직은 이혼 가정이라고 하면 색안경 끼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혼 전문변호사가 바라본 이혼한 부모에 대한 선입견은 어떨까.

이인철 변호사는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사례와 같이 ‘이혼한 부모 자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합리한 편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고 더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러한 불합리한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다 보면 스스로 지치기도 한다"면서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면 자녀들 문제의 벽에 부닥치게 된다. 자녀들이 겪게 될 수 있는 편견, 특히 결혼할 때 상대방 배우자나 그 가족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신경 쓰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 같은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녀들 걱정 때문에 마냥 참고 사는 이들도 있다"면서 "삶이 피폐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자녀들이 결혼할 때까지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참고 살아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혼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그 속내를 알 수 없다"면서 "그 누구도 당사자들이 겪은 고통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이들에 대해 곱지 않은 불합리한 시선 때문에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라며 "부부 문제, 가족 문제는 철저히 그들만의 문제고 제3자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그 가족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비난을 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혼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에 대해 어떠한 선택을 한 것도 아닌데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선입견을 품는 것은 아주 잘못된 태도라고 할 것이다"라며 "이제는 위로와 공감, 세심한 배려를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라고 강조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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