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1m 목줄에 벌레 고인 물.. 고물 더미 속 구조된 백구 '치유'

고은경 2022. 1.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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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겨울 제주 애월읍 애월리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한 시민은 어디선가 개가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끝없는 고물들 사이 짧은 목줄에 묶여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17일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에 따르면 어려움에 처한 개에게 마음이 쓰인 시민은 다음날 다시 개가 있는 장소로 향했습니다.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개를 구조한 시민이 없었다면 치유는 반려견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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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322. 세 살 추정 암컷 믹스견 '치유'
3년 가까이 고물 속에서 1m 목줄에 묶여 방치된 채 길러진 치유(왼쪽)가 구조 후 평생 가족을 찾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

2020년 겨울 제주 애월읍 애월리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한 시민은 어디선가 개가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끝없는 고물들 사이 짧은 목줄에 묶여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17일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에 따르면 어려움에 처한 개에게 마음이 쓰인 시민은 다음날 다시 개가 있는 장소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드나들기도 힘든 곳에는 언제 줬는지도 모를 마른 김치볶음밥과 벌레가 고인 물, 곳곳에 구토한 흔적이 있었는데요. 무료함과 고통 속에 지내던 개는 자신의 배변을 먹고 있었습니다.

치유는 고물 더미 속 언제 줬는지도 모를 잔반에 벌레 고인 물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혼디도랑 제공

시민은 고물만 가득할 뿐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개의 보호자를 찾을 수 없었고 근처 주민들에게 보호자를 수소문했습니다. 알고 보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언성을 높이며 개를 발로 차는 상황이 수차례 목격됐다고 합니다. 시민은 개의 밥과 물을 챙긴 지 1개월이 지나서야 보호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라는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때렸더니 애가 말을 잘 듣고 얌전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보호자는 지역에서 알코올 중독자로 이미 알려진 인물이었고, 시민은 개를 구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매일 보호자를 찾아가 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보호자는 포기하지 않기를 7개월.

성인 남성을 경계하던 치유는 구조 후 구조자와 임시보호자와 지내며 밝은 성격을 되찾았다. 혼디도랑 제공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는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담긴 정확한 증거가 없으면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을 받았고, 혼디도랑 관계자와 다른 시민들의 도움으로 보호자를 어렵게 설득해 지난해 4월 기적적으로 개를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고물 속에서 3년 가까이 방치된 채 살아온 개는 구조 후 '치유'(3세 추정∙암컷)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죠. 치유는 현재 임시보호자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했고 특히 성인 남성에 대한 경계심이 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낯선 사람을 만나도 꼬리를 흔들고 스킨십에도 거부감이 없어졌다고 하고요. 호기심 많고 산책을 아주 좋아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치유는 사람을 잘 따르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혼디도랑 제공

김은숙 혼디도랑 대표는 "성인 남성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조금 남아 있기 때문에 혼자 사는 남성보다는 가족 구성원이 많은 가족이나 여성에게 입양을 가면 좋겠다"며 "치유가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치유가 마음의 문을 열 때가지 기다려줄 가족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개를 구조한 시민이 없었다면 치유는 반려견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어렵게 구조된 치유와 함께 할 평생 가족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치유는 호기심 많고 산책을 아주 좋아한다. 혼디도랑 제공

▶'맞춤영양'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반려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딱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 문의: 제주 혼디도랑

https://www.instagram.com/jeju_animal_love_pra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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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애니로그랩장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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