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시작될지 모를 재건축.."리모델링으로 간다"

류인하 기자 2022. 1. 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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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해 오는 2024년 3월 주민이주를 완료할 예정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우성1차 아파트 단지 내부전경. 1세대당 차량 0.3대 주차가 가능해 만성 주차난을 겪고 있다. 류인하 기자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리모델링이 주택공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90년 중후반 용적률을 최대로 받아 지어진 구축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16일 한국리모델링협회·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완료한 아파트 단지는 총 94단지(7만889가구)로 집계됐다. 2020년 58개 단지(4만3155가구) 대비 60%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19년 37개 단지(2만3935가구)와 비교하면 2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 3년간 누적 단지 수만 189곳에 달한다.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90년대 중후반 이후 준공된 구축으로, 단지 전체 면적 대비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의 실익이 크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서정태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 회장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재건축을 하려면 용적률과 대지지분을 살펴봐야 하는데 용적률 200%이하, 세대별 대지지분 49.59㎡이상은 돼야 재건축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단지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막연하게 재건축을 기다리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통해 거주여건 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을 수록 리모델링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우성1차는 1988년에 지어져 재건축연한인 30년을 초과했지만 주민동의 70%이상을 얻어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 단지는 13·15층 6개동 656가구로 용적률 228%, 건폐율 17%다. 재건축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실익이 없다. 재건축 용적률은 최대 300%를 넘을 수 없는 데다 단지 주변으로 동자초, 자양 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학교 일조권 확보 문제로 고층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자양우성1차는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한때 리모델링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 단지는 오는 2024년 3월 2째주까지 주민 이전작업을 마치고 약 39개월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27년 입주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으로 기존 656가구에서 754가구로 98가구 증가한다. 늘어난 세대는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리모델링이 최근들어 급증한 데는 재건축에 비해 각종 제약이 적다는 데 있다.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후부터 추진이 가능하다. 또 임대주택 공급의무가 없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만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이 아니다. 지구단위구역을 제외하면 용적률 제한이 없는 점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추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조합설립인가, 시공사선정, 안전진단, 건축위원회 심의, 문담금 확정총회, 이주 및 2차 안전진단까지 총 기간도 재건축에 비해 현저히 짧다.

수직·수평 증축 리모델링 개념도|쌍용건설 제공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1군 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 사업 등을 접고 국내 주택시장에 적극 뛰어든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파 성지, 대치현대1차, 자양우성1차, 목동2차우성, 신정쌍용, 마포 밤섬현대, 수지현대, 산본 율곡주공3차, 광명 철산한신 등은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쌍용건설, 롯데건설 등 1군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미 각종 생활편의시설, 도로망 등 인프라가 입증된 만큼 구축 리모델링을 통해 매물로 나온 일반분양 물량 청약 경쟁 역시 높다. 최근 청약마감을 한 송파 더 플래티넘(쌍용)은 29가구 모집에 7만538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599대 1을 기록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에 대해 관심이 적었던 대형건설사들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리모델링 시장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면서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철근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수직·수평 증축을 하는 만큼 대형건설사의 브랜드보다는 리모델링 노하우가 많은 건설사를 시공사로 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완전히 ‘대세’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신규물량 공급계획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써서 지어진 90년대 아파트가 20~30년이 흐르며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리모델링에 비해 재건축이 현재 실익이 없어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늘었을 뿐 향후 재건축완화 등 규제완화가 이뤄질 경우 재건축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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