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LG의 '3m 싸움'과 반대로 가는 롯데의 '3m 싸움'

안승호 기자 2022. 1. 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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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사직구장 전광판을 배경으로 서 있는 성민규 롯데 단장. 연합뉴스


2009년 프로야구 LG는 정규시즌에 돌입하며 ‘3m’의 승부수를 던진다. 잠실 홈경기가 열릴 때면 잠실구장 외야 펜스 거리를 3m씩 당겼다.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이동식 펜스를 설치했다. 구단은 기존 펜스와 외야 간이 펜스 사이의 3m 공간을 ‘엑스존’으로 불렀다.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은 기존 펜스를 그대로 이용한 가운데 LG만이 변화를 준 것이었다. LG는 좌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면서 타자들이 자꾸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자 거포 육성과 자신감 부여라는 명분 속에 과감한 결정을 했다.

그러나 LG는 결국 2시즌 만에 엑스존을 구단 역사 속으로 집어넣었다. 팀홈런수를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보다 피홈런 증가폭이 두드러지는 부작용이 생긴 탓이었다. LG는 2008년 28개 뿐이던 잠실 홈경기 팀홈런이 2009년 64개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2008년 33개이던 홈경기 피홈런은 2009년 93개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13년이 흐른 올해 롯데가 비슷한 시도를 한다. 방향만 반대다.

롯데는 홈 사직구장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쪽으로 약 3m 당기는 그라운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타석과 펜스까지 거리는 방향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중앙 담장 기준(기존 118m)으로는 약 3m가 늘어나게 됐다.

롯데의 의도는 투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데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마운드가 약한 팀이다. 타자 친화적인 사직구장에서는 더욱 약세였다. 롯데는 지난해 기준으로 팀 평균자책 5.37로 전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원정 경기 평균자책 5.01로 9위에 오르며 그보다 나은 지표를 남겼지만, 사직 홈경기 자책은 5.71로 바닥이었다. 아울러 사직 홈경기 피홈런도 72개로 원정경기 피홈런(61개)보다 많았다.

롯데는 2021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만 해도 투수를 집중 지명하는 등 투수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에도 팀타율 1위에 오르는 등 타선의 힘만 놓고 보면 10개구단 상위권 전력을 유지한 롯데는 팀 성적 상승의 추가 동력이자 근원적 힘을 마운드에서 찾고 있다. 투수력 강화의 기본으로 선수 발굴 및 육성에 신경쓰면서도 환경적 변화도 가져간 배경이다.

13년 전 LG의 경험은 하나의 참고서다. 성패는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의 간극에 따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투수력 강화 효과는 최대한 늘리면서 타력 저하 폭은 최소화해야 한다.

사직구장의 변신과 효과는 다가올 시즌 내내 롯데 야구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가 ‘3m 싸움’에 이미 들어가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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