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보는 광주 붕괴 사고 원인은 "아래층 지지력 부족"..지난달 4개 층 올려

강현석·류인하 기자 2022. 1. 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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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한 건설사가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원인을 분석한 내부 보고서. 붕괴가 시작된 39층 아래층 바닥의 지지력 부족을 붕괴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지대(동바리)가 정상적으로 설치된 공사 현장 사례. |서울시 제공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 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국내 한 대형 건설사가 “(콘크리트)타설 하중에 대한 아래층 슬래브(바닥) 지지력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 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지력을 보강할 지지대(동바리)를 철거한 점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사고 건물에서 지난달에만 사실상 4개 층을 올린 것으로 기록된 현장 작업일지도 공개됐다. “(층당)12일에서 18일까지 양생기간을 거쳤다”는 현대산업개발의 해명과 배치된다.

16일 경향신문이 국내 한 대형건설사가 작성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원인’ 분석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 건설사는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타설 하중에 대한 하층부(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 바닥 슬래브의 지지력 부족’을 지목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내부 참고용으로 자체 분석자료를 만든다고 한다. 지난 11일 화정 아이파크 2단지 신축공사 현장 201동에서는 39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국내 한 건설사가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원인을 분석한 내부 보고서. 콘크리트 강도 발현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39층으로 설계된 이 아파트는 39층과 38층 사이에 1.5m 높이의 PIT층이 있다. 사고를 분석한 건설사는 PIT층의 설계하중은 13.1kpa(킬로파스칼)이지만 당시 콘크리트 타설 현장에서 발생한 하중은 18kpa에 달했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가해진 하중이 초과됐더라도 38층에 PIT층을 지지하는 동바리·서포트 등으로 불리는 지지대가 있었다면 안정성이 확보되지만 현장에서 기술적 판단 미비로 철거한 것으로 추정했다.

‘동절기로 인한 콘크리트 양생 미비’도 문제점 중 하나로 봤다. 25㎝두께 슬래브 속에 있어야 할 철근이 잘 발라진 생선가시처럼 깨끗하게 분리된 걸로 봐서는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아 철근 부착력을 상실한 증거라는 것이다. 일부 슬래브의 겉 부분이 박리된 것으로 봤을 때 표면 동결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같은 분석에 대해 조창근 조선대 건축학부 교수는 “겨울철 콘크리트 표면이 얼게 되면 양생이 안 돼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면서 “붕괴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계산해 분석했다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16일 공개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일지. PIT층을 포함해 12월에만 사실상 4개층이 올라갔다. 건설노조 제공.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붕괴된 건물에서 사실상 4개 층을 서둘러 올렸다는 작업일지도 공개됐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가 공개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일지를 보면 2021년 12월3일 36층 슬래브 콘크리트가 타설됐고 7일 뒤인 12월10일 37층, 12월16일에는 38층 공사가 진행됐다. PIT층은 12월24일 슬래브 콘크리트가 타설됐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겨울철이지만 콘크리트 타설이 여유 있게 진행되지 않았고 공사가 서둘러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12일 “(사고현장은)공사시간을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고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밝힌바 있다.

새로운 자료가 공개되자 현대산업개발은 “양생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 층수를 올릴 때마다 압축강도를 확인하고 진행했기 때문에 양생일자가 상이하다는 것만으로 잘못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 “각 층마다 타설 후 테스트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기준을 놓고 무리하게 졸속양생을 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현석·류인하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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