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도 의지 형과 함께..진짜 동행하는 느낌, 신기해요"

김민경 기자 2022. 1.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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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박세혁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FA도 (양)의지 형이랑 함께하네요. 진짜 동행하는 느낌이랄까요. 신기해요."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2)은 예비 FA 자격으로 새 시즌을 맞이한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47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지 10년 만이다. 신인 시절에는 양의지(35, NC 다이노스)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웠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으면서 2019년부터 주전 타이틀을 달았다. 2015년부터 시작된 두산 황금기의 전반부를 양의지가 책임졌다면, 후반부는 박세혁이 이끌고 있다.

박세혁은 10년 만에 예비 FA가 된 것과 관련해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어느 한 시즌도 열심히 준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항상 열심히 했는데도 올해는 마음가짐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하다. 감회가 새롭고, 내가 진짜 FA가 되나 싶고 그런 마음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온 지 벌써 10년이나 됐더라. 길다면 긴데, 돌아보니 금방 온 것도 같다"고 이야기했다.

프로 생활 10년 동안 양의지는 박세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신인 때부터 백업 시절까지 양의지는 박세혁이 믿고 배우는 '포수의 정석'이었다. 양의지가 2018년 시즌을 마치고 NC로 FA 이적하기 전까지 박세혁은 누구보다 오래, 또 가까이서 양의지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성장했다. 덕분에 2019년 주전 첫해부터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끄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양의지가 두산을 떠난 뒤로도 둘의 인연은 계속됐다. 박세혁이 2019년 WBSC 프리미어12 대표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도 양의지가 함께했고, 2020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양의지와 적으로 만나 진검승부를 펼쳤다. 그리고 올해 두 선수는 나란히 FA 자격을 얻어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박세혁은 "진짜 신기한 게 뭘 해도 의지 형이랑 같이 한다. 의지 형의 백업으로 있었고, 의지 형이 팀을 떠나고 바로 2019년에 같이 대표팀에 갔다. 다음 해(2020년)는 한국시리즈에서 같이 야구했고, 이번에 FA까지 진짜 계속 같이 가는 것 같다. 호형호제하는 선배와 동행하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 두산 베어스 박세혁 ⓒ 곽혜미 기자

안방마님 타이틀을 단 뒤로 박세혁은 양의지와 다른 본인 만의 길을 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에이스와 대기록 작성이다. 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 라울 알칸타라와 20승을 합작했고, 지난해는 아리엘 미란다가 KBO리그 역대 단일 시즌 최다인 225탈삼진 신기록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세 투수 모두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린드블럼과 미란다는 MVP까지 차지했다. 이들은 망설이지 않고 대기록의 과정을 함께한 박세혁에게 엄지를 들어줬다.

박세혁은 "내가 주전으로 뛴 3년 동안 에이스들이 그런 기록을 세워줘서 감사하다. 다른 투수들도 많이 도와줬기에 그 투수들도 잘 던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감사하고 축복받은 것 같다. 20승을 한번 하기도 힘든데 2번이나 같이 했고, 미란다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고(故) 최동원 선배님이 세운 기록을 넘어설 때 내가 포수로 앉아 공을 받을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고 투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해는 부상없이 버티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목표다. 지난 시즌은 개막하자마자 안와골절로 2개월 가까이 이탈하는 바람에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9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9(237타수 52안타), 30타점에 그쳤다. 주전 도약 이래 가장 적은 경기에 나갔고, 타격 성적도 가장 떨어졌다.

건강 그리고 성적까지 모두 잡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박세혁은 "지난해 다치고 싶어서 다친 건 아니지만, 큰 부상이 온 다음부터 회복이 늦고 그런 게 느껴지더라. 몸을 많이 신경 쓰면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FA 시즌이라 더 집중하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지난해 못해서 '절치부심'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있는 것 같다. 2019년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2019년에 1000이닝을 넘겼는데, 포수로서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고 규정 타석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가장 크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동료들과 올해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박세혁은 "우리 팀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즐겁게 하자' 했는데 한국시리즈에 가 있었다. 안 믿겼다. 누가 거기까지 갈 줄 알았겠는가. 우리 팀이 큰 경기에 잘하는 건 있는 것 같다. 올해 목표도 역시나 제일 끝까지 가고 싶다. 아무도 못 한 것(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했기 때문에 진짜 끝까지 가보면 다른 팀이 못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2년 연속 준우승한 게 아쉬워서 올해는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팀과 개인의 목표를 모두 이루면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도 따라오리라 믿는다. 박세혁은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 내가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스프링캠프까지 철저히 준비해 새 시즌을 맞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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