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 50년 된 '전투기'에 몸 맡기는 공군 조종사들
[편집자주]'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11일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의 영결식과 안장식이 14일 엄수됐다.
공군에 따르면 심 소령은 사고 당시 기체 이상으로 '비상탈출'을 선언하고도 타고 있던 기체가 민가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군 당국은 추락기체로부터 회수한 비행기록장치 일부를 분석한 결과, '이륙 직후 기체 양쪽 엔진의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기수가 급강하하는 등 조종계통에 이상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F-5가 우리 공군의 대표적 노후 기체임을 들어 "전투기 설계수명을 넘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운용한 사실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군 당국은 이번 F-5E 추락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동일 계열 전투기 비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적잖은 수의 조종사들은 계속 노후 전투기에 몸을 맡겨야 하는 형편이다.
현재 우리 공군은 1970~80년대 도입한 F-5E/F 전투기 약 80대와 1970년대 후반 도입한 F-4E 전투기 약 20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전투기 생산 당시 제작사에서 밝힌 설계수명은 4000시간으로 연간 170시간 정도를 탄다고 가정할 때 25년이 채 안 된다. 즉, 설계수명대로라면 이들 전투기는 벌써 퇴역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기골 보강사업 등을 통해 F-4 전투기의 사용연한을 약 45년(9600시간)으로 늘렸고, F-5 또한 43년까지로 연장해 운용 중이다.
작년 10월1일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서 제73주년 국군의 말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피스메이커' 상륙작전 시연이 진행됐을 때도 F-4·5 전투기가 떴다.
전투기 수명을 연장해 운용하는 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지만, F-4·5를 '40년 이상' 운용하고 있는 건 가히 우리나라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등을 겪으면서 후속 기종 사업이 줄줄이 취소 또는 지연되는 바람에 교체시기를 놓친 탓도 있겠지만, 군사 전문가들로부턴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도입 시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노후 전투기를 운용 중"이라고 얘기한다.
오는 2026년 이후 전력화를 목표로 중인 개발 KF-21의 경우 120대가 공군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 따라서 군 당국이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로 보고 있는 430대 수준을 유지하려면 앞으로도 최소 10년간은 100대 가량의 노후 전투기를 계속 운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KF-21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들 노후 전투기의 퇴역 시기도 더 늦어진단 뜻이다.
군 당국도 노후 전투기 운용에 따른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F-4·5의 경우 이미 단종된 부품이 10~20여종에 이르러 군 당국은 퇴역 기체에서 회수한 부품을 활용(동류전환)하거나 3D프린터를 이용해 부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추락한 F-5의 경우 2010년 추락사고 때 비상탈출좌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단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2012~13년 기간 F-16 전투기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좌석으로 전량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만으로 이미 한계에 다다른 노후 전투기들의 성능 저하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유사시 제대로 된 작전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란 게 평가가 많다.
2000년 이후 추락한 우리 공군의 F-4·5 전투기는 모두 17대다. 그리고 심 소령을 포함한 17명의 조종사가 두 기종 전투기의 추락·충돌 등 사고로 숨을 거뒀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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