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만만한가' 외인들의 잇따른 관중석 킥, 남자배구 부흥에 찬물

이후광 2022. 1. 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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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레오(좌)와 우리카드 알렉스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V리그 남자부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외국인선수가 관중석을 향해 공을 냅다 차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흥행이 저조한 남자배구인데 이번 사태로 남아있던 팬들마저 등을 돌릴 위기에 처했다.

이른바 ‘관중석 킥’의 발단은 우리카드 외국인선수 알렉스였다. 알렉스는 지난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홈경기에서 4세트 네트를 맞고 자신에게 굴러온 공을 손으로 잡은 뒤 대뜸 관중석을 향해 걷어찼다. 다행히 공이 관중이 없는 쪽으로 향하며 큰 사고를 피했지만 이를 지켜본 최재효 주심은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며 주의를 줬다.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나와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사흘 뒤 이번에는 OK금융그룹 외국인선수 레오가 알렉스와 똑같은 우를 범했다. 15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우리카드와의 원정경기에 나선 레오는 4세트 5-3에서 달아나는 백어택을 성공시킨 뒤 공이 상대 리베로 이상욱을 맞고 굴러오자 갑자기 그 공을 관중석 쪽으로 걷어찼다. 알렉스와 달리 공은 관중 밀집 구역으로 강하게 향했고,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기에 관중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두 선수 모두 돌발 행동에 해명을 했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알렉스는 팬들을 향한 사과 없이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그렇게 했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고, 레오는 이날 “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공을 찬 이유에 대해선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했다”고 역시 팬서비스 정신이 결여된 말을 했다.

관중을 향해 공을 차는 건 국내 4대 프로스포츠라는 타이틀과 거리가 먼 행위다. 야구는 야구공을, 농구는 농구공을, 축구는 축구공을 본인의 화를 못 이겨, 또는 팀원들을 자극시키기 위해 관중석에 차거나 던진다는 건데 이러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프로야구에서 롯데 외국인선수 호세가 야구 방망이를 관중석에 투척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이는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이야기다.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 / KOVO 제공

그리고 이날 장충에서는 레오의 돌발행동에 대한 주심의 조치가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성권 주심이 레오를 향해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사흘 전 알렉스에게는 옐로카드가 주어진 터였다.

이에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이 주심과 권대진 부심을 향해 “알렉스가 차면 옐로카드를 주고 레오가 차면 안 주나요. 기준을 맞춰서 가야죠”라고 강하게 항의했고, 권 부심은 “그건 지나간 경기이고 이렇게 해야죠. 이게 정상이에요”라는 주먹구구식 답변으로 상황을 넘기려고 했다. OK금융그룹을 포함해 구단들은 알렉스 이후 바뀐 조치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발 방지를 위해 각 구단 사령탑과 프런트의 보다 철저하고 엄격한 외국인선수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기본 중에 기본인 팬서비스는 물론이고 V리그만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주입시켜야 한다. 선수들끼리의 마찰도 아니고 관중석으로 공을 차는 건 명백한 팬 기만 행위다. 특히 이날 레오의 발길질은 관중의 부상이 우려될 정도로 정도가 심했다.

양 팀 사령탑은 모두 제자의 돌발행동에 고개를 숙였다. 석진욱 감독은 경기 후 “세트 스코어가 지고 있어서 답답함을 표출한 것 같다. 분명 레오의 잘못이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선수를 질책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도 “알렉스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공을 차는 건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V리그 남자부는 도쿄올림픽 4강 신화, 김연경 열풍 등에 힘입어 승승장구 중인 여자부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역대급 순위싸움에도 평균 시청률이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터. 이에 7개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홍보·마케팅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효과는 미비하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선수의 잇따른 돌발행동이라는 악재가 발생하며 부흥을 위한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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