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북 선제타격, "화약고에서 불장난" 비판 맞나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1.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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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여객터미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해양강국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영상을 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적이 공격하기 전에 먼저 타격해 위협을 제거하는 선제타격 개념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시작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였다. 윤 후보는 11일 “(북한으로부터)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핵을 탑재했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서 대량살상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다.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제의 가장 앞에 있는 킬체인(Kill-Chain)이라는 선제타격 외에는 막을 방법이 지금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윤 후보를 ‘화약고 안에서 불장난하는 어린이’에 비유하며 “어느 지도자도 선제타격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침략적 전쟁 종용으로 비춰질 수 있고 자칫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선제타격은 호전적인 이미지가 강한 자극적인 단어라 순화된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한국군도 이와 유사한 개념의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인물이 급속히 발전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정책과 대안 없이 선제타격을 주장하거나 이를 비판한다면, 지지자들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고위력탄도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백서에 언급된 킬 체인 개념

킬 체인은 시간별로 위치를 바꾸는 주요 표적을 공격하는 순서다. 표적 탐지→공격 여부 결정→공격 실시→확인으로 구성된다. 

1991년 제1차 걸프전에서 이라크군 스커드미사일 파괴 작전에 처음 적용됐고, 코소보 전쟁과  아프간 및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킬 체인의 순서와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수단도 다양해졌다.

한국은 2013년 킬 체인 개념을 도입했다.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군 당국은 킬 체인을 통해 이상 징후가 보이면 30분 안에 핵미사일을 타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미사일방어체계와 더불어 고위력 탄두 미사일 등을 대규모로 발사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이 추가되면서 한국형 3축 체계 개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용어는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019년 이후 킬 체인과 대량응징보복을 통합한 ‘전략적 타격체계’가 등장, 국방백서 등에서 쓰이고 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선제타격 개념은 남아있는 셈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고위력탄도미사일이 표적에 명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북 선제타격 가능할까

선제타격의 성공 여부는 적이 반격할 의지를 상실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같은 점에서 이스라엘은 성공적인 선제타격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1981년 이라크가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오시라크 원자로를 건설하자 F-15 전투기로 폭격했다. 2007년 시리아 알키바 지역 사막에 북한식 원자로가 건설되자 F-15로 파괴했다. 

얼핏 보면 이스라엘식 선제타격이 효과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습 당시 이라크와 시리아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였다. 이스라엘에 보복을 감행할 여력도 적었다.

북한도 선제타격이 가능할까. 이란의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관련 시설에 모여 있는 원자로 방식으로 핵개발을 시도하다 공습을 당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방식을 썼다. 이는 핵시설을 각지에 분산할 수 있다. 선제타격을 감행하려면 이란 곳곳에 숨어있는 핵시설을 모두 타격해야 한다. 내밀하고도 확실한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지 않는다면 선제타격은 모험에 가깝다.

북한도 이란처럼 영변 핵시설 외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여러 곳에 있고, 탄도미사일 운용 부대도 북한 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 

북한이 14일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에서 열차 기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AP통신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려는 징후를 포착, 선제타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 전역에 분산돼 숨겨진 핵미사일을 모두 찾아내 동시에 파괴하려면 매우 정교한 작전이 필요하다. 규모 또한 북한이 전면전으로 오인할 위험이 있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작전을 수행해도 북한이 숨긴 핵미사일을 100% 찾아내 파괴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공습에서 살아남은 북한 핵미사일이 한반도 남부를 향해 한 발이라도 날아가면, 남북은 공멸한다. 

선제타격을 결심하는 과정은 더욱 어렵다. 정찰위성이나 정찰기 등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부대의 이동을 포착했다고 가정해보자. 핵미사일의 이동 목적이 실제 공격인지, 아니면 훈련을 위해서인지, 둘 다 아닌 무력시위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공격 징후라고 판단하고 선제타격을 했는데 단순한 무력시위나 훈련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판명되면,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반도 유사시 방어작전은 미국과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 한국군이 합동으로 진행한다. 섣부른 선제타격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진다면, 유엔군사령부에 병력과 장비 제공을 거부하는 국가가 나올 위험이 있다. 이는 증원전력의 양적, 질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선제타격은 북한 내부 동향에 대한 면밀하고도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군사적·정치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전시된 미사일을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선제타격 찬성도 반대도 명확한 근거 있어야

선제타격은 국가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내려야 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선제타격에 대한 개념과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제타격을 주장하려면, 먼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검토하고 밝혀야 한다. 북한은 이스라엘이 상대했던 시리아, 이라크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과 전략적 타격능력을 갖고 있다. 단순히 “이스라엘의 전례가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닌, 전문적 수준의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군이 선제타격을 할 능력이 있는지, 부족하다면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고민할 과제다.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제타격을 언급하는 것은 쓸모가 없다. 체계적인 전력증강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선제타격을 비판하려면,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때 이를 저지할 대안을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선제타격을 옵션에서 배제하고도 북한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국가안보 전략과 군사적 작전이 있어야 한다.

육군 장병이 대대급 무인정찰기를 이륙시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 이후에 요격하면,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온 미사일에 의한 피해가 발생한다. 서울 도심에 미사일이 한 발이라도 낙하하면 시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요격이 성공해도 잔해가 낙하하면 피해가 발생한다. 선제타격을 하지 않고도 이같은 위기를 막는 대책이 제시되어야 ‘선제타격은 화약고’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비핵화 협상을 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진행됐던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은 30년 가까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시기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다. 

비핵화 전에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군사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선제타격을 주장하거나 이를 반박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원수가 되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 후보라면 정책적 대안과 전략을 연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공군 F-15K 전투기가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을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선대위에는 수많은 예비역 장성과 민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예비역 장성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면 선제타격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만들 수도 있고, 그 반대의 대안도 내놓을 수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북한이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미사일을 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질 준비가 됐다는 점을 대북 선제타격에 대한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어떨까. 모병제나 4차 산업혁명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전략이다. 그것이 바로 국가를 이끌 준비가 됐다는 강력한 증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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