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석열..혁신위 착각, 바로잡아달라 [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입력 2022. 1. 15. 23:55 수정 2022. 1. 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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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질리언 린. 위키피디아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으로 명성을 날린 안무가 질리언 린은 2018년 92세로 별세했다. 린은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 중 한 명이었다. 린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주의력도 부족했다. 과잉행동장애도 있었다. 엄마는 린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는 “린을 혼자 놓아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자”고 제안했다. 의사는 음악을 틀어넣고 방을 떠났다. 그랬더니 얼마 후 린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사는 말했다.

“린은 아픈 게 아니라 타고난 댄서입니다.”

엄마는 린을 무용학교에 보냈고 린은 세계 최고 안무가가 됐다. 린이 하고 싶은 걸 파악하고 그가 가진 재능을 살린 결과다. 만일 린에게 진정제를 주사했다면 어땠을까. 그는 불행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2019년 △주말 대회 폐지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최저학력제 등을 권고했다. 그런데 혁신위 권고는 체육인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건 혁신위 요구가 진정으로 학생 선수를 위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책상 공부가 전부라고 착각하고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 학생들의 꿈은 철저히 무시했다.

혁신위는 심석희, 고 최숙현 사태를 계기로 출범했다. 이런 일들은 선수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렇다면 혁신위는 지도자의 잘못을 철저하게 따지고 지도자 교육, 예방 방지책, 철저한 처벌 등에 집중했어야 했다. 그런데 혁신위는 학습권 보장, 주말 대회 폐지, 최저학력제 등 학생 선수들을 제어하는 내용으로 권고했다. 지도자가 잘못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학생들을 지렛대로 이용한 데는 지금도 분노가 치민다.

진정으로 학생 선수를 위한다면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야 했다. 그게 미술이든, 음악이든, 춤이든, 운동이든, 요리든, 언어든, 수학이든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그게 잘 안됐을 때도 그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게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그걸 알았다면 혁신위는 운동 환경 개선, 지도자 교육, 맞춤형 학습, 스포츠 시장 확대 등에 집중했어야 했다.

학업은 중요하다. 기자도 운동선수가 학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책상 공부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지금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한 꿈을 모두 담을 수 있나. 현재 교육 지침이 변화무쌍한 변화를 앞둔 학생들 미래를 담보할 수 있나. 탁구 신유빈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자기 인생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학교를 떠나 클럽으로 가는 어린 선수들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한골프협회 등록 고교선수 837명 중 264명이 방송고에 다니고 있다. 방송고 학생 선수가 대부분인 프로축구단 유스팀도 있다. 혁신위 권고는 이처럼 학생 선수들을 오히려 제도권 밖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적잖은 학생 선수들은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말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교육철학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단 한 가지 기준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걸 경계했다. 다양한 동물을 놓고 “공정한 선발을 위해 나무에 가장 먼저 오르는 동물에게 좋은 점수를 주겠다”는 한장짜리 만화가 울림을 준다.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은 “지금 우리 자녀들은 미래에 사람이 아닌 기계와 경쟁해야 한다”며 “인간은 지식으로는 기계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가 할 수 없는 팀워크, 상호 보호, 독립적인 사고 등을 심어주기 위해 우리 자녀들에게 체육, 미술, 음악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교육학자 겸 철학자인 켄 로빈슨은 “명령하는 식(Command Control)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해주는 식(Climate Control)으로 교육해야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미래에 각자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켄 로빈슨의 TED 강의.


이재명, 윤석열 등 대선 후보가 스포츠혁신위 혁신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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