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벤츠·포르쉐, 7일 타보고 '환불'..협박·사기 없다, 안 봐도 안 속는 중고차[세상만車]
비대면 거래, 대안으로 등장
보증·배송·반품, 불안감 제거
# B씨는 중고차 사이트에 사려던 차종이 헐값 수준인 470만원에 나온 것을 봤다. B씨는 해당 차를 올린 딜러를 만나기 위해 매매상사를 찾았다. 딜러는 사이트에 올렸던 가격보다 6배 비싼 2880만원을 요구했다. B씨는 구매를 포기했다. 그러자 딜러는 폭언을 내뱉으며 B씨를 30여 분간 감금했다.
경찰에 적발된 중고차 피해사례다. 협박과 강매에 목숨을 끊는 피해자도 발생했다. 허위매물과 미끼매물에 속고 바가지를 쓰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중고차 사기꾼들이 전국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리서치 전문기관에 의뢰해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54.4%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허위·미끼 매물'이라고 대답했다.
협박·강매, 허위·미끼 매물, 바가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고'라는 속성 때문에 신차와 달리 품질이 제각각이다. 또 어디서 어떻게 어떤 차를 누구에게 사느냐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
직접 볼 때는 상태가 괜찮았는데, 한두 달 만에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일도 종종 있다. 중고차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온라인 중고차 유통 시대를 연 케이카(K car)와 엔카닷컴이 현재 비대면 중고차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중고차 비대면 서비스 3요소는 품질보증, 반품·환불, 배송이다. 중고차 기업은 품질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차량을 직접 매입한 뒤 상태를 점검하고 가치를 높이는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고 품질을 보증해준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구매 후 3~7일 동안 차량을 타본 뒤 반납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환불해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온라인 쇼핑몰 부럽지 않은 소비자 보호 기능이다.
신차는 다른 사람 손을 거치는 순간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고차가 되지만 품질이 우수한 중고차는 사고만 없다면 단기간에 상태나 가격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물 검색부터 결제는 물론 당일배송까지 클릭 몇 번 만에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내차 사기 홈서비스'다.
내차 사기 홈서비스 이용자 비중은 2016년에는 9.3%에 불과했지만 2017년 18.6%, 2018년 24.8%, 2019년 28.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에는 35%로 늘었다. 지난해 1~11월에는 45.5%로 다시 증가했다.
홈서비스 이용자 증가 이유는 협박, 강매, 사기, 바가지 등 '중고차 고질병'이 없기 때문이다.
케이카가 2020년 성인남녀 3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중고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브랜드를 믿을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32.6%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보증 서비스'와 '환불 제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32.2%와 23.3%로 나왔다.
브랜드(판매자)를 믿을 수 있고 품질보증 서비스와 환불 제도가 있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듯이 중고차도 안 보고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케이카에 따르면 차량을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하는 온라인 거래 특성상 예전에는 쉐보레 스파크와 기아 모닝 등 가격이 저렴한 경차와 소형차 위주로 판매됐다.
2019년부터는 가격이 비싼 차종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는 물론 중고차값이 1억330만원에 달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도 홈서비스로 팔렸다.
지난해에도 홈서비스 이용자가 1억380만원인 볼보 XC90 하이브리드 2020년식을 실제 보지도 않고 구입해갔다.
케이카는 홈서비스 인기 비결은 회사가 직접 매입한 뒤 상품화를 거쳐 판매하는 직영 매물, 3개월 5000㎞~1년 2만㎞ 품질을 보증해주는 케이카 워런티, 차량평가사가 제공하는 진단 정보와 함께 매물을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3D 라이브 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금, 카드, 할부 중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결합한 것도 홈서비스 인기에 한몫했다고 풀이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내차 사기 홈서비스 이용자는 중고차를 보러 갈 필요없이 희망 배송일과 원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며 "구매 후 3일 동안 구입한 차량을 타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불받을 수 있는 '3일 환불제'는 제품을 보지 않고 살 때 발생하는 불안 심리를 잠재웠다"고 말했다.
엔카 홈서비스를 이용하면 차량을 소유한 딜러를 만날 필요 없이 홈서비스 전문 매니저를 통해 온라인 상담을 받으며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엔카 홈서비스에서는 엔카가 인증한 '무사고 차량'을 7일 동안 타본 뒤 환불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배송도 다음날부터이지만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거리에 따라 당일에 배송도 가능하다.
엔카 홈서비스 등록대수는 지난해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1만3158대가 등록됐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기아는 3146대, 현대차는 2842대, 제네시스는 635대 등록됐다. 수입차의 경우 벤츠가 1093대, BMW가 949대, 아우디가 314대, 폭스바겐이 218대, 포르쉐와 볼보가 각각 118대다. '럭셔리카' 벤틀리는 11대, 테슬라는 27대다.
엔카페이는 개인 금융 여건에 따라 현금, 대출 등의 결제를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할인받는 최저금리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은 2.9% 수준이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엔카페이 도입 40일 만에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접수한 이용자는 지난해보다 65% 많아졌다. 중고차 거래가 뜸해지는 겨울철 비수기(11~1월)에 오히려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엔카페이 이용자는 차량 금액 전액이 아닌 계약금만 우선 결제하면 엔카 홈서비스 차량을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5000만원이 넘는 고가 차량도 계약금만 내면 받을 수 있다. 잔금은 최종 구매 확정 때 내면 된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엔카페이 할부 이용자 4명 중 1명은 최저금리를 적용받았다"며 "목돈이나 금리 부담이 줄어들면서 포르쉐, BMW 등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직장인의 꿈 `대표님` "밤잠 설치게 생겼습니다"
- 대우조선 매각의 저주…첫 매각 땐 금융위기, 이번엔 코로나19
- `뇌섹 갤S22` 칼 갈았다는데…돌연 공개 미룬 삼성전자 왜 [MK위클리반도체]
- 스마트락 퍼스트무버 ‘라오나크’, KS규격 초소형 완전 자동화 모티스 국내 최초 개발
- "돈 되는 폐배터리, 정부가 직접 모으고 뿌린다"…재활용거점, 본격 운영 시작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