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서 짧은 생 마감한 친구들.. 홀로 남은 벨라와 루비, 자유는 언제쯤 올까요 [밀착취재]
하상윤 2022. 1. 15. 22:01
방류 결정에도 여전히 '전시 당하는' 흰고래 벨루가
벨라의 방류를 약속한 지 2년째 되던 2021년 11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기자회견을 열고 벨라의 야생 방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월드는 “벨루가 방류 절차는 크게 7단계로 현재 1~3단계에 해당하는 건강평가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당시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이번 방류는 아쿠아리움 시설에서 과학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벨라가 건강하게 야생성을 회복해 원래 개체군과 합류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며 “방류의 성공 조건은 최종적으로 살아갈 서식지가 생크추어리인지 야생 방류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벨라의 인지력, 적응력과 체력에 따라 최종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고 관장은 “방류의 전제 조건은 벨라가 야생에서도 잘 사는 것”이라며 “벨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벨라는 곧 집으로 돌아갈 거야. 이제 더 행복하게 헤엄칠 수 있어.”
지난 12월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찾은 박미리(32)씨는 벨루가(흰고래) ‘벨라’를 바라보며 아들 김태윤(3)군에게 속삭였다. 그는 “뉴스를 통해 벨라가 다시 고향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사는 동물들은 사실은 갇혀 있는 것이고,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아이에게 가르쳐주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롯데월드는 2013년 5월 러시아로부터 벨루가 3마리(벨로, 벨라, 벨리)를 수입했다. 그 당시 벨라와 벨로는 2살, 벨리는 6살이었다. 2016년 4월에는 벨로가, 2019년 10월에는 벨리가 생을 마감했다. 둘 다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벨리가 폐사한 뒤 고래를 포획해 전시하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고, 롯데월드 측은 홀로 남은 벨라의 야생 방류를 결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벨루가를 들여온 다른 수족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2011년 10월, 러시아로부터 1~3세의 벨루가 3마리(루이, 루오, 루비)를 수입했다. 2020년 7월과 2021년 5월, 루이와 루오가 차례로 폐사했다. 이제 수족관에는 루비 한 마리만 남았다. 야생 상태의 벨루가는 짧게는 35년, 길게는 80년까지 산다고 알려져 있다. 수족관에 갇힌 벨루가 대부분이 평균수명의 절반도 채 못 살고 죽어간 것이다.
벨루가는 다른 고래류와 마찬가지로 전시 부적합종으로 꼽힌다. 극지방의 추운 바다에 서식하는 벨루가는 체내에 두꺼운 지방층을 축적하고 있어 수온이 14~16도를 넘을 경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유의 무리를 형성해 복잡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하루에도 수십㎞씩 이동하며 수심 700~800m까지 잠수하는 벨루가에게 수족관이 ‘감옥’으로 비유되는 건 과장이 아니다.
벨라의 방류를 약속한 지 2년째 되던 2021년 11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기자회견을 열고 벨라의 야생 방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월드는 “벨루가 방류 절차는 크게 7단계로 현재 1~3단계에 해당하는 건강평가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당시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이번 방류는 아쿠아리움 시설에서 과학적인 조사 연구를 통해 벨라가 건강하게 야생성을 회복해 원래 개체군과 합류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며 “방류의 성공 조건은 최종적으로 살아갈 서식지가 생크추어리인지 야생 방류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벨라의 인지력, 적응력과 체력에 따라 최종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고 관장은 “방류의 전제 조건은 벨라가 야생에서도 잘 사는 것”이라며 “벨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2021년 9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앞에서 열린 릴레이 1인시위에 참여했던 나영씨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생명체를 잡아다가 좁은 수족관에 가둬놓고 웃으며 구경하는 우월주의적 사고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서 “방류의 전제 조건은 방류되기 전까지 최대한 벨루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전시를 중단하고 행동풍부화에 나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닷새에 걸쳐 수족관에 홀로 남은 벨라(롯데월드 아쿠아리움)와 루비(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를 관찰했다. 둘은 여전히 전시에 동원되고 있었다. 온종일 수조 유리벽 너머엔 관람객이 북적였다. 음악소리와 ‘까르륵’ 웃음소리, 카메라 셔터음이 끊이지 않았다. 간혹 벨루가가 유리 가까이로 다가올 때면 사람들은 이에 반응해 벽을 두드렸다. 벨루가들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내내 같은 궤도로 맴돌았다. 이들은 쉴 틈 없이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있었다.
MARC(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장수진 소장은 “벨루가의 웃고 있는 듯 보이는 인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경계 행동조차도 사람들이 ‘고래가 나를 좋아하는구나’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류를 목적으로 하는 훈련 과정은 ‘네가 이 생물(인간)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돼’를 인지하도록 트레이닝하는 것인데, 수족관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벨루가를 관람객들에게 종일 노출하는 환경을 지속하는 건 의문을 자아낸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사람을 회피해 숨을 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현재의 수족관 환경은 굉장히 폭력적으로 작용한다”면서 “바로 내보낼 수 없더라도, 전시를 중단하는 등 현재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하상윤 기자 jony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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