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누군가는 말렸어야"..멸공·먹튀 논란 등 각종 악재에 개미들만 한숨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2. 1. 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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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개인SNS에서 촉발된 '멸공 논란'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포함 경영진 8명 스톡옵션 행사
사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방영덕의 디테일] "본질은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였죠"란 항변이 나왔습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논란'에 관해서 말입니다.

"카카오 대표가 되는데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그대로 유지하면 이해상충 우려가 있으니까요. 양도소득세 부담도 크고요"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동시다발적인 주식 매각에 관해 나름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같은 항변이나 설명에도 개미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오너 리스크, CEO(최고경영자) 리스크에 가슴을 졸이고, 배신감마저 느끼는 한 주였습니다.

신세계 정 부회장의 멸공 주장과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카카오페이 지분을 대량 매각한 것은 결이 좀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말렸어야 했다"는 개미투자자들의 비판은 두 기업 모두의 정곡을 찌릅니다.

[사진출처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멸공 관련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였습니다. 붉은색 지갑을 손에 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난공산당이싫어요'란 해시태그를 달았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라거나 '현 정권의 친중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라는 해석을 낳으며 갑론을박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이 나왔음에도 정 부회장은 오히려 '공산당이 싫다' '멸공' 발언을 이후 더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멸공!" 등등.

올해 1월부터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놓고 대선후보가 가세했고, 그야말로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신세계를 둘러싼 불매운동 조짐마저 나타났고요.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이 피크를 찍을 때 신세계 주가 역시 출렁였습니다.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하루 만에 6.80% 떨어져 23만3000원에 마감했습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조4613억원에서 2조2939억원으로 1684억원이 증발한 것이죠.

계열사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전 거래일 대비 2.13%, 신세계I&C는 3.16%가 떨어졌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34% 하락한 가운데 장중 13만2500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찍었습니다.

오너라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를 비롯해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위법행위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영진에게는 상법상 '충실 의무'라는 게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 회사 이익을 위해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진출처 : 카카오페이]
이 충실 의무 측면에서 보면 회사 이미지를 비롯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반복될 때에는 마땅히 제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실제로 정 부회장은 이번 멸공 논란 이전, '미안하다 고맙다'란 정치적 논란에도 휩싸였었네요). 재벌총수를 견제하고 감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 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이 회사 임원 8명은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했습니다. 카카오페이가 상장된 지 한 달 만의 일입니다.

그것도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날,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 8명이 차익실현을 한 것이죠. 호재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주식을 내다 판 경영진은 곧장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락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의 몫이 됐습니다.

통상 경영진이 주식을 팔면 투자자들에게는 그 회사 주가는 '지금이 고점'이라거나, 회사에 미래가 없다는 시그널로 읽힙니다. 이에 따라 주가가 떨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카카오페이의 경영진은 '집단행동'을 택했습니다. 이들의 결정을 말릴 만한 그 어떤 브레이크가 회사 내에서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출처 : 카카오페이]
신세계 정 부회장은 지난 13일 결국 멸공 논란과 관련해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다"라며 사과 의사를 밝혔습니다.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도 오너 리스크라는 말이 동시에 나오고 있음을 걱정한다"는 이마트노조의 성명 발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SNS 헤비유저인 정 부회장의 행보에 신세계그룹 전체가 가슴 졸이는 것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스톡옵션 행사로 40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로 선임됐지만 사회적 비난을 넘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럼에도 젊은 층에서 "나라도 그 정도 시세차익 얻음 관두겠다"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정보기술(IT) 혁신기업이란 카카오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추락했고, 반(反)카카오 정서마저 걱정할 처지가 됐습니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활동에 오너의 한마디, 경영진의 결정 어느 것 하나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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