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체제 방통심의위 '적폐 청산' 생각 있나

금준경 기자 2022. 1. 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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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 독립' 없이 민간독립기구 위상 강화?
'알맹이' 빠진 정책자료… 文 정부도 구조개선에 침묵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연초마다 기자들은 출입하는 분야의 신년사와 더불어 정책 과제를 살핀다. 조직 정체성과 업무 방향성을 알 수 있어서다. 지난해 출범한 정연주 위원장 체제의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비전과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한 해뿐 아니라 향후 3년 간의 정책을 발표했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정책 과제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로 쓰려다 말았다. '말의 성찬' 속에 '알맹이'가 없는데 이를 단순 전달하는 게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대 추진 목표 가운데 하나로 '민간 독립 심의기관으로서 위상 강화'를 강조했다. 정책 과제로는 '위원회 법적 개선 방안 마련', '표현의 자유 보장과 민간 독립기구 위상 확립'을 제시했다. 여기까지 보고 방통심의위가 '적폐'를 청산할 생각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뒷장을 넘겼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모습.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본론 격인 '세부 추진 과제'를 보면 '법적 개선 방안'은 “위원회의 법적 위상 및 직무 등 합리적인 위원회 개선 방안 마련”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 대응” “규제 기관이 분산될 경우에는 사업자는 물론 시청자 이용자 등 일반 국민에게까지 혼선 야기 및 피해 우려”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비전과 정책 자료

방통심의위는 다른 행정부처들로부터 공세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이 저작권, 디지털 성범죄 등과 관련해 직접 심의를 하겠다는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행정기구'가 아닌 '민간 독립기구'인 자신들이 적임자라고 강조해왔고, 정책 과제 역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대전환'을 이유로 심의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보인다. 즉 여러 측면에서 '민간 독립기구'인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 독립기구'인가?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한다. 다른 위원들은 대통령, 여당, 야당이 나눠 지명한다. 정부·여당 6명, 야당 3명 몫으로 구성돼 사실상 정부 부처와 다를 바 없는 구조다. 2010년 행정법원은 방통심의위가 대통령 등이 위촉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급받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민간기구'가 아닌 '행정기구'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방통심의위가 민간 독립기구로서 위상이 낮은 이유는 권한이 부족하거나, 심의 절차나 방식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정치권이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와 이 구조 하에서 끊임없이 정치권과 교감을 해온 문제가 핵심이다. 따라서 위상을 강화하려면 위원회 구성과 지배구조, 선임 방법부터 고쳐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공안 검사, 뉴라이트 학자 등이 대거 위원으로 선임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선임한 정연주 사장 역시 '코드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의힘 집권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 적극 심의 제재를 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도가 덜한 면은 있지만 코로나19 방역 저해정보 심의 과정에서 대통령, 영부인 관련 허위 정보에 적극 대응해 시민사회단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물론 방통심의위는 최근 몇년 간 디지털 성범죄 심의, 이용자권익보호 장치 마련 등 긍정적 기능을 보인 면도 있다. 이번 정책 과제에 담긴 심의 절차 및 조항 개선 등도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구조 자체가 대부분 심의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통심의위 구조 개선은 새로운 요구도 아니다. 19대 국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최민희, 신경민 의원 등이 방통심의위에 야당 추천 위원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정치적 심의 배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5년 간 관련 논의는 없었다.

정부는 침묵하고 있고 방통심의위 스스로도 이 문제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가장 큰 '적폐'를 스스로 청산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기구가 '민간 독립기구'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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