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유포한 전 남친은 집유"..'쓰레기집'에 갇힌 여성의 눈물
"직장 관두고 유포된 영상 지우는 데 2000만원 썼다" 울분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3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면서 삶이 망가졌다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 여성은 쓰레기가 나뒹구는 집에서 주변과 단절된 채 갇혀 지내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는 지난달 '제게 대한민국은 지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며 쓰레기로 가득 찬 원룸에서 거주하는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현재 30대 초반의 무직인 A씨는 전 남자친구인 B씨로부터 성관계 동영상 유포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클린어벤져스의 영상을 보고, 직접 연락을 취했다.
A씨는 "처음 사귄 남자친구였다. 3년을 만나면서 지속적으로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며 "B씨가 '너는 예쁘니까 나만 보겠다'는 식으로 (기록을) 남기려고 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았는데 원래 이런 건가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사귄 지 1~2년이 지나고 나니 점점 B씨의 요구가 심해졌고, A씨가 영상을 찍지 않겠다고 거부하자 손찌검까지 했다고. A씨는 "B씨가 폭행해서 헤어지게 됐다. 그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더 힘들어지게 된 것은 이별 후였다"고 털어놨다.
B씨를 폭행 혐의로 신고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A씨지만, 그가 가진 사진과 영상이 유출될까 봐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이별 후에도 B씨는 2년가량 동영상을 빌미로 또 다른 영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다시 찍어서 안 보내면 여태까지 영상 다 올라가도 괜찮냐고 하더라. 그가 제 부모와 직장 등 모르는 게 없어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렇게 2년을 보냈다. B씨가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연락을 끊었고 그때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못 했다. 차라리 영상 보내라고 연락이 될 때가 나았다. 미치겠더라. 매일 밤 성인 사이트를 뒤져서 영상을 올렸나 찾아봤다"고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씨는 "그 사람이 예전부터 단체 대화방에서 (제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고, 그게 유출이 된 것 같다고 신고를 해야 될 거 같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하면 증거 동영상을 수사관들이 다 본다. 당연한 거라는 걸 아는데 그게 너무 트라우마가 되더라. 신고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아예 직장 생활도 못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개인정보부터 사생활 등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영상 삭제를 의뢰하기도 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며 받은 돈을 모두 썼다. 사설업체까지 총 12군데에 맡겼는데도 정상적인 생활이 되지 않더라"라고 토로했다.
소송 끝에 B씨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신과 기록이 있고, 초범이고, 동영상의 강제성이 심하지 않고, 유출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그는 변호사도 선임했다. 억울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이제 B씨가 어떤 벌을 받든지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이젠 내가 좀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 아직도 일주일에 2~3일은 그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내 영상을) 찾고 있다. 영상 찾아 삭제하는 데만 2000만 원 넘게 썼다"고 했다.
삶이 망가진 A씨는 현재 3000만 원 가까이 되는 빚도 있고, 월세도 많이 밀린 상태라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을 계속 미워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 그 당시에 너무 바보 같았고, 자책감에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나를 놓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A씨는 "제일 하고 싶은 건 집에 엄마랑 남동생 초대해서 보는 거다. 나 이렇게 살고 있다고 보여주는 거다. 이렇게 살기도 너무 싫은데 죽는 것도 무섭다"고 덧붙였다.
클린어벤져스 측은 "같이 응원하고, 화내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 가치가 있다"며 월세도 지원해주겠다고 밝혔다.
업체의 청소 끝에 180도 달라진 집을 맞이한 A씨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이들이 떠난 후에 방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누리꾼들은 응원과 위로를 보냈다. 누리꾼들은 "용기 내서 신청해줘서 고맙다", "숨지 마라. 비난받아야 하는 건 남자친구와 유포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다", "너무 화가 난다. 이제는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버티느라 애 많이 썼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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