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죽인 호랑이 응징하려 구웠다? 태국 '엽기 사냥' 변명이..

문지연 기자 입력 2022. 1. 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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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순찰대원들이 호랑이 가죽을 들어보이고 있다./Piyarat Chongcharoen 제공, 방콕포스트 캡처

“주민들이 기르던 소를 자꾸 잡아먹어서 응징했던 것뿐이다.”

태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멸종위기종인 야생 벵골 호랑이를 사냥해 고기를 구워 먹으려던 밀렵꾼들이 이같은 진술을 내놨다. 마을 촌장도 이들 주장에 힘을 싣고 나섰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호랑이 사체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사냥 솜씨’가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깐차나부리주 통파품 국립공원 순찰대원들은 지난 9일 공원 안에서 벵골 호랑이 두 마리의 가죽과 무기류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들은 미얀마와 국경 인근에서 밀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에 순찰에 나섰고 같은 날 오전 10시쯤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밀렵꾼 5명은 순찰대를 보자마자 숲으로 사라졌다. 마치 도주 경로를 미리 파악해둔 것처럼 빠져나갔다고 순찰대는 설명했다. 현장에는 두 마리의 벵골 호랑이 고기가 그릴 위에서 구워지고 있었고 근처에는 가죽도 말려지고 있었다. 호랑이 유인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소의 사체도 인근 대나무에 묶인 채 발견됐다.

밀렵꾼들은 지난 13일 4명이 자수한 데 이어 마지막까지 버티던 용의자도 이튿날 스스로 경찰서를 찾으며 모두 붙잡혔다. 앞서 자수한 4명의 30대 태국인들은 “호랑이들이 국립공원 내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소 20여 마리를 잡아먹는 일이 빈발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호랑이를 죽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마지막으로 자수한 60대는 “호랑이를 죽이거나 가죽을 벗기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며 “4명과 캠핑을 하러 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지켜본 마을 촌장 역시 “이들은 전문 사냥꾼이 아니다.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키우는 소를 호랑이가 잡아먹자 화가 나서 그랬던 것 같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의 한 고위 관리자는 이들의 주장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냥당한 호랑이 가죽 상태를 언급하며 “가죽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꼼꼼히 벗긴 흔적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호랑이 머리에 발사된 총탄이 가죽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하게 조준됐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한 마리는 머리에 총알 두 방, 입에 한 방을 맞았고 다른 한 마리는 근거리에서 네 방의 총탄을 맞았다. 그러면서 손상 없는 호랑이 가죽은 최대 100만밧(약 3600만원)까지 거래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용의자들이 불법 야생동물 매매 조직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경찰 및 국립공원 자체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현재 경찰은 이들 5명을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등 10개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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