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걸작 남긴 반 고흐조차..생전엔 단 한점만 팔았다니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이는 조선시대 최고의 서화 수집가인 석농(石農) 김광국이 고려 공민왕부터 조선 김홍도에 이르는 작가 100여 명의 작품을 엮은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을 펴내면서 가깝게 지냈던 문인 저암(著庵) 유한준에게 부탁해 받은 발문의 일부다. 즉,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좋은 그림을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을 갖췄을 때 진정으로 그림을 향유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좋은 그림'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은 개인의 감정이 개입되는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어떤 이에게는 단순히 심미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이 좋은 그림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 생각할 여지를 주는 그림이 좋은 그림일 수 있다.
일례로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는 당시로서는 너무 파격적인 장면 때문에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그만큼 적나라하게 시대상을 담아낸 걸작으로 평가된다. 그림에는 풀밭에 잘 차려입은 두 명의 남성 옆에 나체의 한 여인이 함께 앉아 있고, 이 여성은 관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배경에는 벌거벗은 또 다른 여인이 등장한다. 남성 지식인을 대낮에 매춘부와 놀아나는 작자로 풍자함으로써 당대 여성을 바라보는 부도덕한 남성들을 고발한 것이다.
마네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적 표현 방식으로 인상주의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인물은 양감 없이 종이 인형처럼 편평하게 표현되고, 화면에서는 어디서 조명이 비추는지 알 수 없다. 전통 회화의 광원 개념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또 당시 초상화는 화려한 장식 요소를 주변에 많이 배치해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마네는 인물화의 3차원적 배경 재현도 과감히 생략했다. 공간적 배경이 없는 '피리 부는 소년'(1866)은 마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 같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세잔의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1893)이 대표적이다. 그림의 오른편은 사과가 놓여 있는 상을 옆에서 본 것처럼 보이지만, 왼편은 상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상의 모서리가 보이지 않는다. 바구니와 병은 기이하게 기울어져 있고 원근법도 맞지 않는다. 이처럼 사물의 본질에 집중한 세잔은 자연을 원기둥, 구, 원뿔 등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했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같은 20세기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절규'(1893)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 작품은 작가가 시대상을 포착해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절망적인 개인사에 초점을 맞춰 공포, 절망감, 불안감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경우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뭉크는 5세 때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었고, 13세가 되던 해에는 폐병을 앓던 누나가 세상을 떠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그의 작품에는 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내재하게 됐다.
고흐는 물감을 희석하지 않은 채 걸죽하게 칠한 독특한 표현으로 2차원적 회화를 3차원적 조형물처럼 나타내는 새로운 회화 기법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튜브에서 물감을 짜서 직접 화폭에 바르는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그의 '해바라기' 작품들은 붓 터치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 눈앞에 해바라기 꽃이 피어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내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 반영된 탈인상주의적 표현은 '별이 빛나는 밤'(1889) 같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한편 18세기 프로이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미적 판단은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어떤 대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 같은 미적 판단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타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는 아름다움은 특정한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만족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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