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의 마지막 도전, "그린시티 생태계 구축하겠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1. 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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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컴퓨터 대표, 국회의원 출신 전하진의 새 도전
디지털 기술로 탄소감축 생태계 구축 지표 개발
태양광으로 원전 대체정책은 비현실적, 비경제적
탄소감축을 통한 그린시티 만들기에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는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역임한 벤처 1세대이다./SDX재단제공

픽셀시스템, 레가시, 네띠앙, 인케코퍼레이션, 지오이월드, 한글과컴퓨터, 본웨이브.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이 대표를 맡았거나 창업했던 회사들이다. 금성사에서 시스템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전 이사장은 서른 살에 사표를 던지고 ‘픽셀시스템’을 창업했다. 한글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벤처 1세대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벤처 업계의 전폭적 지원으로, 1998년 부도위기에 처한 ‘한글과컴퓨터’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당시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이 폭등, 한때 500억원대 벼락부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30대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과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 재산을 던져 키우던 회사는 파산하고 밤샘하던 회사에서는 대주주에게 쫒겨 나기도 했다.

좌절과 고난을 사색과 집필로 극복했다. ‘전하진의 e비즈니스 성공전략(2001년), ‘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 (2008년), ‘청춘, 너는 미래를 가질 자격이 있다’ (2011년) 등의 저서들이 그렇게 나왔다.

벤처에서 쌓은 경험과 저서로 뜻하지 않게 정계에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분당에서 출마,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안 △특허법 개정안 등 벤처육성을 위한 다양한 입법 활동을 벌였다.

그런 그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뛰어든 분야는 탄소감축을 통한 ‘그린시티’ 실현이다. 디지털 전환기술(DX)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SD)을 추구하는 SDX재단을 이끌고 있는 전 이사장은 “탄소감축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며 우리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탄소감축을 생활화 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하진 이사장은 1998년 당시 벤처업계를 대표해 부도위기에 처한 한글과컴퓨터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사진은 한글과컴퓨터 대표 당시의 전 이사장./SDX재단 제공

- 탄소절감과 그린시티에 도전한 이유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부동산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이 ‘4차 산업 혁명시대의 새로운 주거환경에 관한 연구’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의 태풍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아 쓴 논문이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첨단자족도시(Siti)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첨단자족도시는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에너지 자립기반을 갖추고, 온 오프라인의 교육이나 의료 등의 도시기능이 내재화되어야 한다. 자아실현을 위한 공동체 문화가 있는 지속가능한 작은 규모의 도시개념이다. 탄소감축 등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도전 없이는 인류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

-정부도 탄소감축 정책을 펴고 있다.

“탄소절감과 관련된 정부 정책은 주로 큰 규모의 배출을 하는 기업을 중점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산업적 규제도 필요하지만, 전 국민이 참여, 탄소감축을 생활화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SDX재단은 디지털 전환기술과 탄소 감축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개인, 아파트단지. 지역, 자치단체에서 탄소절감에 나설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 탄소감축활동을 평가하고 격려하고 보상도 해주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탄소감축 생태계 구축의 의미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탄소감축 활동 추진 의지 등을 평가하는 탄소감축지수(Carbon Reduction Index·CRI) 개발을 목표로 CRI 운영단을 최근 만들었다. 홍성웅 청주대 교수, 숭실대 안승호 교수, 프랑스 트루아공대 김준범 교수, 청주대 윤종욱 교수, 갤럽의 박병일 전 대표 등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개인, 아파트, 지역, 도시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지수화하는 지표이다. 탄소감축지수가 각 가장, 지역사회, 기업에 뿌리를 내리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인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성원들의 탄소감축 행위에 대한 인식부터 구체적인 활동, 정책 수립 및 운영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상황들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구체적인 활동은?

" 여러 산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탄소 감축 노력을 일관성 있는 기준으로 측정하고, 실질적인 탄소감축량을 평가하는 것이 부족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탄소감축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탄소감축 활동 상황을 소개하고, 측정하는 플랫폼인 ‘그린플랫폼’을 구축 중에 있다. 개인들에게 ‘그리너스앱’을 보급, 탄소감축을 촉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의원을 했다. 정치는 벤처와 어떻게 다른가?

“정치도 벤처하고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는 의자 뺐기고, 벤처는 의자 만들기이다. 의자를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나름의 벤처 정신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벤처는 새로운 의자를 만드는 일이다. 정치도 벤처처럼 의자 만들기를 해야 한다. "

-국회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전기를 안 쓰는 것을 발전이라고 인식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일명 전하진법이라고 하는데, 전력거래소가 전력을 거래할 때 이법에 따라 전력사용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절전한 전력도 발전자원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마이너스 전기(네가와트)를 사고 파는 것이다. 반대가 많아서 1년 6개월간 법 통과가 지연됐지만, 이후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런 것이 법으로 할 수 있는 창조라고 생각한다.”

전하진 이사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탄소감축 활동 추진 의지 등을 평가하는 탄소감축지수(Carbon Reduction Index·CRI) 개발을 목표로 CRI 운영단을 만들었다. 전문 연구자들이 참여한다./SDX재단 제공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평가해달라

“전력에는 기저발전과 첨두발전이 있다. 원전처럼 싸게 대량으로 생산하는 전력을 기전 발전으로 활용해야 한다. LNG나 태양광발전은 여전히 비싼 발전이며 24시간 공급을 하기 어려운 간헐전원이다.따라서 용도가 다르다 신재생에너지는 반드시 확대해야 하지만 피크관리나 분산전원으로 우선 사용해야 맞다. 정부는 간헐전원인 신재생에너지로 기저발전을 대체하려고 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이다.”

-창업으로 실패도 많이했다. 후회는 없나?

“창업을 많이 했다.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결코 편안한 삶은 아니었지만, 주체적으로 살았다. 한 직장에 있었다면 경제적으로는 편안했겠지만 답답해서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에 대기업 스카우트제의 등 안정된 직장에 대한 유혹도 있었지만, 동물원의 호랑이보다 야생의 호랑이로 살기를 원했던 것 같다. 벤처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

-벤처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우리의 미래는 무한의 공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래는 상식이 새롭게 정의될 것이며, 결코 부모세대가 알려 줄 수 없는 방식으로 창조될 것이다. 자신만의 의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서부개척시대처럼 무한개척시대가 열려 있다. 정답을 찾지 말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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