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신화 거름망, '내과 박원장' [티빙view]

이기은 기자 2022. 1. 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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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나무에서 떨어지고 구르는 일이 다반사다.

대학병원을 돌던 베테랑 간호사 차미영(차정화)은 박원장이 괜스레 환자들 앞에서 무게를 잡는 일을 코웃음 치며 "초짜들 특징이다. 손님들 앞에서 똥폼 잡는 거"라는 현실 방조를 서슴지 않는다.

이를테면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시쳇말만큼 극 중 박원장의 헤어스타일은 자본주의 현실 속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노고에 관한 오브젝트일 법하다.

드라마는 기존 메디컬 신화와 전문직 숭상 트렌드를 벗어나 한 찌질한 중년 사내의 라이프스타일 제반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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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살다 보면 누구나 나무에서 떨어지고 구르는 일이 다반사다. “오늘 제가 장사. 아니, 진료 봤거든요”. 앗차차, 비단 의사들의 말 실수만도 아니겠다.

부푼 꿈을 안고 입성한 전문직의 길. 외부의 경외와 내부인들의 실제 고충은 한참 멀리 있다. “사람 고치는 고맙고 똑똑하신 의사 선생님”은 사탕발림일 만큼, 의사들의 생활전선 입성기는 전쟁 그 자체다.

티빙 ‘내과 박원장’은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기고도 슬픈 현실을 그려낸 메디컬 코미디로 출범했다. 초짜 개원의 박원장(이서진)은 의사라는 직업에 판타지를 가진 채 의대를 졸업했고 어렵사리 내과를 개원했다. 하지만 아직 도배 냄새도 가시지 않은 개원 병원의 현실은 잔혹할 터. 입 소문을 타긴 커녕 원장들로선 어쩌다 동네 병원에 마실을 나온 어르신의 끊임없는 수다를 들어줘야 하는 처지다. 대학병원을 돌던 베테랑 간호사 차미영(차정화)은 박원장이 괜스레 환자들 앞에서 무게를 잡는 일을 코웃음 치며 “초짜들 특징이다. 손님들 앞에서 똥폼 잡는 거”라는 현실 방조를 서슴지 않는다.

명의가 된다 해도 본전일까. 십 수 년 간 책상머리와 실습 현장에서 겪은 대로 환자의 아픈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이 전부는 아니다. 어쨌든 가족과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돈을 벌어야 하는 자영업자가 됐다. 병원의 와이파이, 신문, 정수기 등 각종 비용까지 계산해야 하는 박원장은 공교롭게도 타고난 대머리다. 대외적으로 가발을 쓰고 다니며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좀처럼 낯설지 않다. 이를테면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는 시쳇말만큼 극 중 박원장의 헤어스타일은 자본주의 현실 속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노고에 관한 오브젝트일 법하다.

@1


지금껏 많은 메디컬극이 다양한 장르를 복합적으로 가미하고 변주하며 성장해왔다. 때론 조직의 정치를 제재화했으며(‘하얀거탑’) 외로운 히어로의 영웅전설담(낭만닥터 김사부)이거나 조선시대 실제 어의의 일대기(‘허준’)로 리메이크하기도, 따뜻한 휴머니즘(‘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표방하기도 했다. 병원 조직원들 간의 사랑과 우정, 인간관계도 섬세하게 클로즈업 됐다.

개 중 ‘내과 박원장’은 의사라는 전문직을 향한 한없이 가벼운 외부 편견을 걷어내기에 골몰한다. 의사가 됐다고 미인들이 줄을 서는 것도 자식들이 대대손손 부자가 되는 것도 모두의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다. 페이닥터의 불만족스러움이라든가 최후 목표인 줄만 알았던 개원 고충은 모든 의사들이 겪는 커리어 전쟁일 터. 전문직 내부에서도 계급과 부의 격차는 세세하게 나뉘고 모든 노동자들의 일상 곳곳에 끼어드는 비루한 ‘생활 때’는 이들에게도 짙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어쩌면 외부인들은 의료인이 가져야 할 사명감을 빌미 삼아 그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윤리를 요구한 건 아닐까. 드라마는 기존 메디컬 신화와 전문직 숭상 트렌드를 벗어나 한 찌질한 중년 사내의 라이프스타일 제반을 묘사한다. 의사라는 직군 자체보다 어쩌다 보니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사람'의 구석구석을 곤충처럼 해부하는 셈인데, 이는 풍자형 모노드라마로 비춰질 정도다.

1020대 시청자까지 공략한 승부수일까. 의사들의 실제 속사정을 인터뷰 형식으로 따낸 플롯은 1인 방송이 가득한 2022년 식 콘텐츠다. 다만 이 같은 장치가 스토리텔링의 몰입을 높이기보단 트렌디한 시도로 국한된 점이 아쉽다. 그간 무거운 장르물을 다수 섭렵했던 배우 이서진의 연기는 어깨에 힘을 뺀 양 한층 담백해졌다. 굵직한 이목구비에 미묘하게 어우러지는 대머리 분장도 인간의 미추(美醜) 크로키로써 소소한 실소를 유발한다. 능청 연기의 대가 라미란, 차정화, 김광규 등의 십분 활약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2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빙(tving)]

내과 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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