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철도기동미사일 "평택 미군기지 타격 거리"로 쐈다

장용석 기자 2022. 1. 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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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북 의주서 발사해 430km 비행.. 작년 9월 800km보다 짧아
고도는 36km.. '패트리엇-사드' 요격가능고도 차이 노린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14일 검열사격훈련을 실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이 14일 발사한 '철도기동미사일'은 열차형 이동식 발사대(TEL)에 탑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작년 9월15일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이 미사일 2발을 발사한 뒤 이튿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지면에 발사현장 사진을 게재했고, 이를 통해 북한의 열차형 TEL 보유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그리고 북한은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이달 14일에도 평안북도 의주 일대에서 철도기동미사일 2발을 연달아 쐈다.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동쪽으로 약 430㎞를 날아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에 떨어졌다. 알섬은 북한군이 미사일 사격훈련 때 표적으로 종종 사용하는 곳이다.

그러나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도 의주로부터 400㎞대 거리에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평택 미군기지까지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주를 발사장소를 택했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쏜 철도기동미사일의 정점고도를 약 36㎞로 탐지했다.

한미 미사일방어체계의 종말단계 방어를 담당하는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PAC3)의 요격가능고도가 30여㎞, 그리고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가능고도가 40~150㎞인 점을 감안할 때 그 사이 고도로 날도록 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평안북도 의주 일대로부터 430㎞ 거리 이내에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가 포함된다. (안킷 판다 트위터) © 뉴스1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전술유도탄·KN-23)을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은 2018년 2월 건군절(2월8일) 열병식 당시 러시아제 9K720 '이스칸데르M' 미사일과 외관이 비슷한 KN-23을 처음 선보였고, 이후 2019년 5~8월 기간 최소 4차례에 시험 발사했다.

작년 9월과 이번 철도기동미사일 사격훈련까지 포함하면 북한은 그동안 총 6차례에 걸쳐 12발의 KN-23을 쏜 게 된다. 북한은 KN-23 발사 때마다 2발씩 쏘고 있다.

KN-23의 사거리는 탄두중량에 따라 450~690㎞ 수준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작년 9월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 땐 비행거리가 약 800㎞로 늘었고, 정점고도는 60여㎞를 기록한 것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미사일 엔진 개량 등을 통해 사거리를 연장했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게다가 KN-23은 '이스칸데르'와 마찬가지로 비행 중 '풀업기동'(하강 중 재상승)이 가능해 대공미사일로 요격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작년 9월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훈련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핵열차'에서 착안해 열차형 TEL을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까지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T-23(나토명 SS-24 '스캘펠')의 운송·발사수단으로 열차형 TEL을 이용했다.

미국도 1980년대부터 ICBM LGM-118A '피스키퍼'를 열차에 실어 전국 각지에 숨기는 계획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도 추후 ICBM 발사가 가능한 열차형 TEL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현재 운용 중인 열차형 TEL은 과거 미군이 개발했던 '퍼싱2 RR'처럼 미사일 2기를 1대의 TEL 안에 엇갈려 수납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작년 1월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새로운 국방전략 수립"의 일환으로 신설됐고, 9월 사격훈련 뒤엔 '여단'급으로 확대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14일 미사일 발사 훈련을 수행한 주체가 '평안북도 철도기동미사일연대'라고 칭한 데다, "전국적인 철도기동미사일 운용체계를 바로세우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전해 이미 각 도(道)에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편성돼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옛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T-23용 열차형 이동식 발사대 (미 과학자연맹) © 뉴스1

열차형 TEL은 기관차가 철길에서 끌고 다니는 화차를 미사일 발사대로 개조한 것이기 때문에 철길이 없는 곳에선 운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런 방식의 TEL를 만든 건 북한 내 도로 교통망보다 철도망이 더 잘 발달돼 있단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북한의 철도는 2020년 기준 총연장 5296㎞로서 우리나라(4093㎞)보다 길다.

게다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때만 열차형 TEL를 터널 밖으로 잠시 끌어내거나 일반 객화차로 위장해 운용할 경우엔 한미 당국의 대북감시·정찰자산으로 포착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때도 이 열차형 TEL을 전시했다. 전문가들은 KN-23에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모두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북 관측통은 "북한은 철길 노후화가 심해 북중 국제열차가 오가는 평의선마저도 시속 30㎞ 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한다"며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그 이름과 달리 실제론 기동성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측통은 "전쟁이 발발하면 철도망은 적의 보급로 차단을 위한 우선 공격대상이 된다"며 "열차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는 선제타격 때만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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