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의 저주..첫 매각 땐 금융위기, 이번엔 코로나19

한우람 2022. 1. 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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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인수후보 포스코·한화 '관심 無'
1999년 매각 추진 이후 23년째 주인없어
[김재훈 기자]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유럽연합(EU) 공정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허로 불발됐다.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사실상 좌초되며 대우조선해양은 당분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유지될 전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진행됐던 대우조선 매각전에 참여했던 포스코, 한화 등은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현재 양 그룹의 투자 관심사안은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산업에 쏠려 있다"며 "전통 제조업인 조선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포스코와 한화 관계자는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며 매물로 첫 등장했다. 1999년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대우중공업 조선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개 매각 의사를 밝혔다. 2000년 대우중공업이 현재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대우조선해양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지며 대우조선의 독립 역사가 시작됐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까닭에 출자전환을 통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관리체제로 넘어갔다. 2013년 2월 캠코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 과정에서 캠코 보유 지분은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로 넘어갔고 공자위는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을 통해 보유 지분 전량을 현금화해 현재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지분율 55.7%)다.

23년 간 매각 기회는 두차례 있었다. 이번에 무산된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은 2019년 초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간 매각합의서를 바탕으로 본계약을 체결해 각국 공정경쟁당국 승인을 전제로 거래를 최종 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며 EU 공정경쟁당국 심사는 지연됐다. 그 사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낳은 '역설' 때문에 조선업은 다시 부활을 본격화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눈부신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수주실적은 되레 EU가 이번 대우조선 매각을 불허한 이유(理由)가 되버렸다.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코로나19가 매각을 망친 꼴이 됐다.

지난 2008년 진행됐던 대우조선 매각전 역시 이와 비슷했다. 2006년 캠코가 대우조선 등 대우 계열사 연내 매각 추진을 공식화한데 이어 2008년 산업은행이 공개 매각 절차를 밟았고 포스코, 한화 등이 본입찰에 참가해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09년 1월 산업은행이 한화와 협상이 결렬됐다고 선언하며 매각이 무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후폭풍에 따른 금융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높아졌고 대우조선 노조가 한화의 실사 작업을 막아서는 일까지 겹쳤다.

대우조선 매각이 두차례 글로벌 위기로 잇달아 무산되며 당분간 매각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이 영위하고 있는 방산 부문 때문에 해외 매각은 물론 국내 기업 인수 대세인 사모투자펀드(PEF)로의 매각도 불가능하다. 배를 만드는 조선 도크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닌 만큼 방산 부문 분리는 불가능하다. 결국 대우조선 인수 주체로 국내 기업이 나설 수 밖에 없지만 국내 기업은 현재 탄소중립 등 미래산업 대비 준비에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23년 넘게 주인없이 경영될 대우조선이 '공유지의 비극'에 직면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매각 불발에 대해 거제시와 시민단체, 노조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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