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형사 이혼율 높아"..'다수의수다' 경찰이 사는 진짜 세상

조연경 기자 2022. 1. 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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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경찰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14일 방송된 JTBC '다수의 수다'에서는 32년간 경찰 생활을 한 전직 강력계 형사 김복준 교수부터 현직 강력계 임문규·김준형 형사, 범죄 현장 감식 전문 과학수사대 김희숙 팀장까지 도합 10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전·현직 베테랑 경찰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찰들이 사는 세상'을 생생히 전달했다.

그간 형사 역할을 많이 맡았던 차태현은 "대본을 보면 '오늘도 많이 뛰겠구나' '액션 엄청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얼마나 더 애를 먹겠냐"며 드라마·영화와 또 다를 법한 실제 형사 생활에 대해 궁금해 했다. 현실적인 부상도 많을 수 밖에 없을 터.

임문규 형사는 "형사들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저는 몸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다. 두 번은 차에 매달렸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한 번은 범인이 차량으로 도주를 했는데 차를 타기 전 잡으려다 타이밍을 놓쳤고, 또 다른 한 번은 경차는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줄 모르고 잡았다가 떨어졌다"며 "지나면 다 추억이다. 부상은 죽을 정도가 아니라 괜찮다"고 호쾌하게 넘겼다.

경찰들만 사용하는 은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복준 교수는 "경찰들의 은어가 굉장히 많다. '검거하러 간다'를 '따러간다'고 한다. '안테나 심어놨다'에서 '안테나'는 정보원이다. 영화 '범죄도시'에는 '진실의 방'이 나왔는데 ''진실의 방'을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깜짝 놀랐다. 물론 지금은 인권 등과 관련해 없어졌다. 잘못 된 방식이다"고 말했다.

수사의 기본은 잠복수사.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김준형 형사는 "절도범을 잡기 위해 차 안에서 잠복한 적 있는데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한 겨울이었다. 근데 범인들 촉이 장난이 아니다. 히터도 틀지 못했다. 여름에도 에어컨을 안 튼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앞좌석에서 잠복수사를 하는데, 실제로는 뒷자석에 있다. 군밤장수 모자에 스키 장갑, 이불 두 세겹 덮고 잠복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한번은 3일째 잠복수사를 하는데 새벽에 절도범이 나타났다. 차 문 소리가 안 나게 열고 나가 까치발로 다가갔다. 범인 이름을 불렀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더라. 내가 강도인 줄 알았다고 했다. 도둑을 잡을 때 더 도둑 같아야 잡는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희열은 보이스 피싱 피해에 대해 깜짝 언급했다. "저도 보이스 피싱 피해를 당해봤다"고 밝힌 유희열은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 같다. 피싱범들은 왜 잡기 힘드냐"고 물었다.

김준형 형사는 "말단 피싱범들은 국내에 있지만 중간 이상은 거의 해외에 있다 보니 즉각적인 체포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경찰청에서 원격제어 악성 앱을 탐지하는 앱인 시티즌코난 앱을 개발했다. 신종 피싱 수법은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방지법을 알렸다. 또
수상한 링크 클릭 금지, 신분증 전송 금지, 사람에게 현금 전달 금지 등을 당부했다.

한 맺힌 사연도 없을 수 없다. 김복준 교수는 "해결하지 못하고 제복을 벗게 되면 실패한 형사라고 느껴진다"며 "저에게는 그런 사건이 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사건이다. 저는 시신 발견 후 긴급 투입됐는데 지금까지 검거를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한이 된다. 포기할 수 없고 후배들이 잡을 것이라 믿는다"고 토로했다.

수사 과정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초월. 김복준 교수는 "수사본부가 만들어지면 아침 8시까지 출근해 23시에 수사 회의를 한다. 온종일 그 사건에만 매달리다 보면 주변과 단절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공황상태가 된다"며 "단서가 없고 안 풀려서 꿈을 꾸려고도 해봤다. 피해자의 이불을 덮고 직접 잔 적도 있고 때론 무속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임문규 형사는 "수사본부에서 무속인을 찾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경주에서 4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적 있는데 반장님이 '무속인을 찾아가라'고 하시더라. 절 다섯 번 하고 5만원을 주니까 '어제 1팀 왔다 갔으니 거기 가서 들으면 된다'고 했다. 믿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절박한 마음에 가는 것이다"고 털어놨다.

김복준 교수는 "형사들은 현장을 봤기 때문에 쫓을 수 밖에 없다.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게 된다"며 "형사가 포기하지 않으면 수사는 끝난 것이 아니고, 형사가 포기하면 그 순간 범인은 발 뻗고 자는 것이다"고 강조했고, 김준형 형사 역시 "사건이 종결되더라고 담당 형사가 포기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본업은 일상 생활로도 직결된다. 마냥 순탄할 수는 없는 것. 이혼율도 높다는 후문이다. 김복준 교수는 "제 아내도 저와의 결혼을 후회했을 수 있다. 사적인 것, 개인적인 것을 희생하면서 일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준형 형사도 "형사는 할수록 가족과 멀어지는 직업이다. 저도 아내와 많이 싸운다. 하루는 아내가 '우리 가족도 당신 국민이다. 가족한테도 신경 좀 써'라고 하더라"며 "형사 동기도 한 두 명밖에 안 남았다. 일을 포기하는 제일 큰 이유는 가족에게 뒷받침을 못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혼을 하면서까지 형사를 할 사람은 지금 시대에 별로 없을 것이다"고 냉정히 현실을 직시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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