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나 변호사의 시시각각]오스템 횡령사건과 처벌범위
이 기사는 2022년01월15일 09시2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현재 손실액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횡령 피해액 상당은 수사기관에서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피의자가 횡령자금으로 투자해 수익을 냈다면 그 수익금은 누구의 소유일까.
원칙적으로 범인이 범죄행위로 취득한 수익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또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하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국가가 몰수할 수 있다.
현행법상 몰수대상 재산은 ‘범죄수익’과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뇌물로 현금을 받았다면 그 현금 자체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 해당한다. 현금을 은행에 예금함으로써 생긴 이자는 범죄수익의 과실로 얻은 재산으로서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속하므로 몰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몰수 대상 물건임에도 소비, 분실, 훼손 등의 원인으로 몰수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몰수에 갈음하여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보면 횡령금으로 투자수익을 실현한 경우 그 투자수익은 범죄수익의 과실로 얻은 재산이거나 또는 범죄수익의 보유 또는 처분에 의해 얻는 재산 등에 속할 것이니 몰수추징의 대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횡령의 경우는 좀 다르다.
몰수제도의 취지와 연관이 있다. 횡령죄와 같은 재산범죄의 경우 범죄피해재산은 국고에 귀속시킬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환원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즉 피해자는 범죄피해재산을 정당하게 돌려받아 피해를 회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국고에 귀속시켜버리면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같은 사법상 청구권의 실현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 기초한다.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범죄피해재산이더라도 예외적으로 국가가 몰수추징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까지도 횡령죄에 따른 범죄피해재산에 대하여 몰수 추징을 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투자수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결국 현행법상 몰수대상인 범죄수익의 “범위” 문제로 귀결된다 할 것이다. 현행법 하에서도 횡령자금을 통해 얻은 투자수익은 몰수 추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범죄피해재산을 몰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의 취지가 피해자의 사법적 청구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함에 있다면 적어도 피해자의 사법적 청구권 행사의 범위, 즉 피해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피해금액을 초과하는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몰수추징 대상이 된다고 보아 범인으로 하여금 범죄로 인한 수익을 향유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횡령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이를 그냥 현금 보관하거나 은행계좌에 넣어두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해당 자금을 주식, 부동산, 그림 등에 투자하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고, 만일 투자에 성공하는 범인이 나타난다면 횡령한 금액보다 투자수익이 충분히 클 수 있다.
횡령으로 취득한 재산이 범죄피해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몰수추징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투자만 성공하면 피해금액 상당은 갚거나 몰수추징 당하더라도 수익은 고스란히 내 것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갖게 할 우려도 있다.
횡령금과 수익금에 대해서 피의자는 소득세 등 세금을 내야 하는지도 궁금한 부분일 것이다. 횡령과 같은 불법행위로 얻은 소득은 위법소득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과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위법소득이라는 이유로 과세하지 않을 경우 불법을 합법보다 우대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필자도 찬성한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에서도 피의자는 횡령금과 그에 따른 수익금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횡령에 관한 세법상 법리는 조금 독특하고 복잡하므로 여기서는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횡령금 자체에 관하여 만일 법인의 대표자가 횡령한 경우라면 법인세법에 따른 소득처분에 의해 대표자는 상여처분, 즉 근로소득으로 과세될 수 있는 반면 직원이 횡령한 경우에는 회사에 손해배상청구권이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 취급되고 상여로 소득처분되는 것이 아니므로 횡령금 자체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는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의자 이씨는 횡령자금의 일부를 다시 회사에 반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횡령 후 동일 금액을 다시 입금하거나 상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양형상 참작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횡령죄라는 범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범죄로 취한 재산상 이익에서 제외되지도 않는다.
직장동료와 상사의 공범 여부는 회사자금의 인출 등 실행행위를 이씨가 혼자 했더라도 직장동료나 상사가 해당 범행에 대해 공모하였다면 그 자 역시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방치한 경우 상사에게는 부하직원에 대한 감독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부하직원의 범죄행위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방지하는 등 제반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고 방치하였다면 횡령죄의 방조범이 성립될 수 있다. 다만 그 책임을 어느 범위에서 누구에게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쉽지 않은 문제다.
횡령과 같은 경제범죄는 피해자인 회사 뿐만 아니라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 채권자, 주주, 소비자, 나아가 국민경제질서 자체에 손해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처벌 수준은 법정형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했다. 이런 실망스러운 처벌이 어쩌면 ‘한탕 크게 해먹고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부추겼을 수도 있다.
횡령이나 배임의 가장 강한 범행동기는 아마도 경제적 이익의 취득에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처벌 후 남은 평생 범죄로 취득한 수익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기대와 인식이 싹트지 않도록 범죄수익에 기초한 투자 수익 전부를 몰수, 추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범죄자와 관련 공범들을 법에 따라 제대로 처벌하는 것, 범죄와 관련된 수익을 박탈하는 것은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응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죄책에 따른 처벌을 정당하게 집행함으로써 법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고 일반 국민의 규범의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엄벌주의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법치국가 질서 전반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류성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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