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장 모시는 날 없애주세요" 9급 극단선택한 대전시 대책

김방현 2022. 1. 15.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시 "회식 강요 금지" 등 조직문화 개선안


"국·과장 모시는 날과 회식 강요 없애고, 휴가 일정은 셀프로 승인하게 해주세요."
대전시청 내 MZ세대 공무원 20명으로 구성된 대전시 주니어보드(DMZ)가 제안한 조직문화 개선안이다.
대전시청 전경. 중앙포토
15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한 주니어보드는 워크숍과 간담회를 통해 조직문화 개선안 8대 과제를 도출했다. 없애야 할 불합리한 관행으로는 과·팀별로 순번을 정해 간부 식사를 챙기는 문화, 선배 직원에게는 '차관님(팀장 밑 직급 호칭)·주사님'으로 부르게 하면서 어린 신규 직원을 'ㅇㅇ씨'로 부르는 분위기, 습관적인 반말 등이 꼽혔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서는 눈치 보지 않고 유연근무 사용하기, 회식 강요 안 하기, 휴가 사용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등이 제시됐다. 수평적 소통을 위해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익명 소통게시판 설치, 신규 공무원 공직생활 적응 지원하기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전시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적정한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국·과장 모시는 날 관행 실태 파악에 나서고, 호칭도 보직이 없으면 '이름+주무관님'으로 통일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시는 회식은 강요하지 않지만, 직원과 소통을 위해 간부와 오찬간담회는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코로나 19 이후 회식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암묵적 회식 강요 문화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전시청 공무원 故 이우석 주무관의 어머니가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휴가는 상급자 결재 없이 셀프 승인


대전시는 또 유연근무는 과장 이상 간부급부터 최소 주 1회 의무 사용하며 솔선수범하고, 부서 평가에도 유연근무 사용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휴가도 상사에게 내용이 자동 전달되는 것을 전제로, 상급자 결재과정 없이 직원 스스로 승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시는 수평적 소통 활성화 방안도 마련했다. 직장 생활에서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조직문화 개선안 마련에는 지난해 9월 발생한 9급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조직문화는 해마다 개선해왔지만, 이번에는 공무원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자는 조직 분위기가 반영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9급 공채로 공직에 들어온 A씨는 지난해 7월 대전시 한 부서로 발령받았으나 3개월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과 변호인 측은 A씨에 대한 무시, 과중한 업무 부담, 부당한 지시·대우, 집단 따돌림(왕따)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출근 1시간 전에 와서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게 유족 등의 설명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청 공무원 어머니가 대전시청 앞에서 아들의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 중 아들의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박민범 정책기획관은 "주니어보드가 제안한 개선안이 근본적인 조직문화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직원에게 확산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대전시 주니어보드가 공직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선도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