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외치는 세계의 중국인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2. 1. 15. 09:00 수정 2022. 1. 1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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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윤의 슬픈 중국: 대륙의 자유인들 <15회>

<2020년 6월 4일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민들이 “천멸중공(天滅中共)”의 구호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날 홍콩의 시민들은 1989년 6월 4일 “톈안먼 대도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를 거행했다. 사진/Kin Cheung>

홍콩인들 “천멸중공(天滅中共)” 깃발 들고 거리에서 “멸공” 외쳐

2019-2020년 홍콩의 시민들은 “천멸중공(天滅中共, 하늘이 중공을 멸할 것이다)”의 깃발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구호를 더 줄이면 당연히 “멸공”이다. 그 당시 민간에선 “홍콩”의 한자 “향항(香港)” 두 글자의 의미를 풀이한 기발한 해석이 나돌았다. 북송(北宋, 960-1127)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의 자설(字說)에 따라 이 두 글자를 부수별로 헤쳐 보면, “천인(千人)이 일구(一口)로 공사(共巳=共蛇, 공산당이라는 독사)를 멸(滅)한다”는 의미가 된다. “항(港)”자의 삼수(三水,氵)변을 멸(滅)자로 푸는 해석이 꽤나 그럴싸하다.

<홍콩의 한자를 파자하면 '천인이 한 입으로 공산당을 멸한다'는 뜻이 된다.>

수백만 홍콩 시민들은 “멸공”을 외치는데, 최근 한국의 인터넷에선 “멸공”을 검열하고 삭제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인터넷 검열자의 주장대로 “멸공”이 과연 “신체적 폭력”을 부추기는 “선동”의 단어일까? 20세기 인류사를 돌아보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멸공”이란 구호가 생겨나고 퍼져나간 이유가 어렵잖게 이해된다.

“공산주의(共産主義, communism)”는 인류가 만든 많은 이념 중에서도 가장 과격하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이고, 파괴적인 최극단의 정치이념이다. 공산주의 혁명가들은 만민평등과 인간해방을 부르짖었지만, 역사의 현실에서 공산주의는 반인류적 전체주의 정권을 낳고 처참하게 실패했다. 20세기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집권한 공산주의 정권들은 예외 없이 사유재산을 압류하고, 경제적 자유를 강탈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인격숭배를 강요하고,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비현실적인 정책들을 남발하여 무수한 인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1968년 8월,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에서 소련 군대에 맞서 시위하는 시민들. 사진/https://www.rbth.com/history/331126-14-vivid-photos-of-soviet-1960>

20세기 공산주의 정권, 1억명을 죽음으로 내몰아

1990년대 프랑스 및 유럽의 저명한 사회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시대의 고전 <<공산주의 흑서 (The Black Book of Communism>>에 따르면, 20세기 공산주의 정권들은 1억 명에 가까운 인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구체적 수치는 다음과 같다.

국가 사망자
중화인민공화국 6500만명
소련 2000만명
캄보디아 200만명
북한 200만명
에티오피아 170만명
아프가니스탄 150만명
동구 공산권 100만명
베트남 100만명
라틴 아메리카 15만명
국제 공산주의 조직 1만명
집계 총수 9400만명

“붉은 이파리(紅葉, 홍예)”라는 필명의 한 중국인 논객이 지적한다.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에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촉구하며 “잃은 것은 쇠사슬뿐이며 얻을 것은 전 세계다!”라고 외쳤지만, 현실의 공산주의 정권 아래서 노동자와 농민은 모든 것을 다 잃고 쇠사슬만 차게 되었다.

역사의 현실이 그러함에도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공산주의 정권과 공산주의 이념은 구별해야 한다며 언성을 높인다. 그러한 좌익소아병적 주장은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서조차 이미 44년 전 폐기되었다. 1978년 5월 “진리 표준 대토론”에서 덩샤오핑(鄧小平, 1904-1997)은 “실천만이 진리의 유일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마오쩌둥 시대 27년간 중공중앙이 추진했던 공산주의 정책의 총체적 실패는 바로 공산주의라는 이론 자체의 오류에 기인한다는 뼈저린 자성이었다.

중국도 공산주의 이론 오류 인정했지만...권력욕 때문에 공산당 유지

공산주의 이론의 오류를 인정했음에도 오늘날 중국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실천적으로 실패한 공산주의를 이론적으로 존속시키고 있는 이 기괴한 아이러니를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공 영도자들 개개인의 “권력욕”에 주목하면 가장 쉽게 설명된다. 공산주의는 이론적으로 파산했지만, 중공중앙의 영도자들은 “공산주의”의 깃발을 들고 막강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래 중공중앙 최고영도자들이 발휘한 치부(致富)의 마술을 보면 오늘날 중국에서 공산주의란 결국 독재 유지의 술수임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 사진/Associated Press>

사례 1: 장쩌민의 아들 장몐헝, 상하이 IT계의 거물로

1989년 텐안먼 민주화운동의 혼란 속에서 자오쯔양(趙紫陽, 1917-2005)을 밀치고 중공 총서기에 오른 장쩌민(江澤民, 1926- )은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1942- )에 권좌를 이양할 때까지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했다.

장쩌민 정권 하에서 그의 장남 장몐헝(江綿恒, 1951- )은 상하이 IT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상하이 푸단(復旦) 대학에서 원자력 공학을 전공했던 장몐헝은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 드렉셀(Drexel)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한 후, 1994년부터는 경영 경험도, 자본도 거의 전무한 상태로 상하이 시정부가 “계획위원회” 명의로 미화 2억불을 투자해서 세운 “상하이 연합 투자공사(SAIL)”의 총지배인이 되었다.

장몐헝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과감하게 상하이 텔레컴, 케이블 텔레비전, 인터넷, 전화 서비스 방면으로 사업을 넓혀 갔다. 그가 구축한 “전신(電信) 왕국”에는 상하이 정보시스템, 상하이 케이블통신, 중국 네트컴(Netcom) 등 10개 회사가 속해 있다. 1999년 중국 네트컴의 대표가 된 장몐헝은 2년 만에 골드만삭스로부터 미화 3억불의 투자를 유치했다. 창립 3년 차인 2002년 중반, 중국 네트컴은 전국의 통신망 30%를 점했다. 급기야 2004년, 중국 네터컴은 홍콩과 뉴욕의 증시에 상장되었다. 놀랍게도 장몐헝이 거부가 된 시기는 장쩌민의 임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장쩌민과 그의 아들 장몐헝. 사진/https://www.ntdtv.com/gb/2019/06/24/a102608178.html>

사례 2: 리펑의 아들과 딸, 전력 산업 장악

1989년부터 1998년까지 국무원 총리직을 수행했던 리펑(李鵬, 1928-2019) 역시 자식들을 앞세워 거부를 일군 대표적 인물이었다. 장쩌민과 마찬가지로 리펑은 1989년 톈안먼 무력진압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 그해 5월 19일 리펑은 시위대를 압박하는 강화를 발표하고, 바로 다음날 베이징에서 계엄령을 발동시킨 인물이다. 1940년대 후반 모스크바에서 수력발전 공학을 전공했던 리펑은 1983년 전력공업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중국의 전력산업을 장악하게 되었다.

리펑의 아들 리샤오펑(李小鵬, 1959- )은 1991년 “화넝(華能 ) 국제전력 주식회사”에 들어갔다. 이후 리펑의 정치적 후원 아래서 “화넝 국제전력”은 승승장구를 이어가서 불과 3년 후인 1994년 뉴욕 증시에 상장되었다. 1999년 말 리샤오펑은 화넝의 총지배인이 되었다. 이후 화넝은 중국 5대 발전소 중에서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리펑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1961- )도 전력산업에 손을 뻗쳐 홍콩에 상장된 전력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2008년 리샤오린은 미국의 <<포츈(Fortune)>>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중 한 명이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의 전력산업은 “리씨 가족(李氏家族)”에 장악되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리씨 가족”이 운영하는 전력회사들에서 중국 전체 전력 생산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리씨가족”의 농단에 대해선 2,000년대 이래 언론기자의 폭로가 있었으며, 2014년엔 리펑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었지만 결국 흐지부지 막을 내렸을 뿐이었다.

그림 <2013년 “보아오(博鰲)포럼”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는 리샤오린(李小琳, 1961- )의 모습. 당시 리샤오린은 “중국전력 국제발전 유한공사”의 회장이었다. 사진/ www.english.caijing.com.cn>

사례 3. 후진타오의 아들, 20여개 계열사 거느린 칭화홀딩스 당서기로 임명

후하이펑(胡海峰, 1971- )은 2002-2012년 중공 총서기를 역임한 후진타오(胡錦濤, 1942- )의 아들이다. 칭화(淸華)대학에서 물리공학을 전공한 후 “통팡 웨이스(同方威視) 기술 주식회사(NucTech)”의 총지배인 비서로 취직했다. 이후 2000년대 내내 이 국영기업체는 중앙정부의 승인 하에서 전국 공항에 대형 스캐너나 금속 탐지기 등 안전 장비를 납품하는 100%에 가까운 독점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 현재 이 “NucTech”는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2008년 후하이펑은 20여개 계열회사를 거느린 “칭화 지분회사”(Tsinghua Holdings)의 당서기로 임명되었다. 이 회사는 2003년 후진타오가 최고영도자가 된 직 후 설립된 국영기업체이다. 후하이펑은 아프리카 서남단의 나미비아 정부와 미화 5천5백30만 달러의 사업 계약 체결 시 민간 컨설팅 회사에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중국 내에서 이 사건은 흐지부지되었다. 후하이펑은 현재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시의 시위원회 서기가 되어 중국공산당 정부의 행정 관료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후진타오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 1972- )의 모습. 현재 저장성 리수이시의 시위원회 서기. 사진/ https://www.taiwannews.com.tw/en/news/3661521 >

중국공산당 “권력 있고 신분이 귀한 자산계급을 비판하지 말라!” 지시

2013년 중국공산당이 보편가치, 사법독립 등 절대로 말해선 안 되는 사항 일곱 가지를 열거하면서 “개혁개방에 대해 질의하지 말 것”이 포함되었고, 그 아래 구체적으로 “권귀(權貴) 자산계급을 비판하지 말라”는 지시가 붙었다.

“권귀 자산계급”이란 말 그대로 “권력이 있고 신분이 귀한 자산계급”을 뜻한다. 오늘날 중국의 현실에서는 정치권력과 결합된 자산계급을 이른다. 다름 아닌 장쩌민, 리펑, 후진타오의 자식들이야 말로 정치적 커넥션을 이용해서 재벌로 급성장한 “권귀 자산계급”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권귀 자산계급”까지 비호하면서 그 역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한 측면이라 주장하는 듯하다. 중국공산당은 “권귀 자산계급”에 대한 비판은 중공중앙에 대한 공격이며, 중공중앙에 대한 공격은 헌법에 명시된 “중국공산당의 영도성”을 훼손하며, 나아가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한다는 인민독재의 논리를 펼친다.

국가주석과 국무원 총리의 자식들이 부친의 재임기간 중에 대표적인 국영기업체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서 공공연히 정치적 커넥션을 활용해서 거부가 되어도 중국의 시민사회는 제대로 비판조차 할 수가 없다. 중공중앙의 영도자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선 공산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산주의는 본질적으로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전체주의적 인민독재의 이론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홍콩 시민과 뉴욕의 화교단체가 거리에 쏟아져 나와 “멸공”을 외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멸공”은 공산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자유시민의 가장 강력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멸공”을 외치는 세계의 시민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인터넷에서 “멸공”을 찾아 삭제하는 풍속의 감시자들이야 말로 전체주의자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여 신성한 표현의 자유를 파괴하는 위험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 <계속>

<뉴욕의 플러싱(Flushing) 거리에서 “멸공”을 외치는 해외 화교 단체의 모습. “뉴욕 플러싱에선 드문 해외 화교의 ‘멸공’ 시위.” “군중이 ‘의법 멸공”을 외치다.“ 사진/ 美麗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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