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과 초원사이.. 그림 같은 풍경이 달린다 [박윤정의 원더풀 스위스]

입력 2022. 1.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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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빙하특급
글래시어 익스프레스 통유리
8시간동안 달리며 풍경 감상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듯
트리엔날레 유명 바트라가츠
거리·리조트 곳곳 멋진 조각품
통유리인 빙하특급 창밖으로 알프스 경치가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펼쳐진다. 눈 덮인 풍경, 야생화,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강과 절벽, 그리고 폭포까지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객실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무심하게 우뚝 솟은 마테호른의 배웅을 뒤로하고 체르마트를 떠난다. 도착할 때처럼 유일한 교통수단인 기차에 짐을 싣는다.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으로 이곳 기차역은 미지의 세계를 여닫는 문이 되었다. 하루 2번 수수께끼 길을 지나는 빙하특급(Gracier Express) 열차가 시간 맞춰 기다린다. 아쉽지만 체르마트를 뒤로하고 또 다른 세상을 찾아 기차에 오른다. 객실 내부는 마치 바깥세상과 연결된 듯 알프스가 훤히 보인다. 통유리로 뒤덮인 기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체르마트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또 다른 관광상품인 빙하특급을 타고 여행을 이어간다. 체르마트와 생모리츠를 잇는 빙하특급, 인터라켄과 몽트뢰를 잇는 골든패스라인, 스위스 동부에서 남쪽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베르니나 특급 열차는 관광상품으로도 유명하다. 교통수단이 아닌 관광 기차를 타기 위해 이 노선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노선 기차역들이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한 셈이다.
체르마트역을 출발한 빙하특급은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북쪽으로 향한다. 아침 9시 전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5시 무렵이 되어서야 종착역에 도착한다. 미리 예약한 오른편 창가 좌석에 앉아 무려 8시간이 걸리는 기차여행을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가 연속으로 상영된다. 유리창으로 반사되는 태양이 따스하게 피부에 닿는다. 열차는 태양을 쫓듯 북으로 동으로 그리고 남으로 이동한다. 기차가 방향을 바꾸더라도 태양 뒤꽁무니를 연신 따른다. 햇빛을 가득 품은 자리는 따스하다 못해 뜨겁다. 오전은 고지대 아침의 서늘함을 누그러뜨려 주었지만 오후 내내 일광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목적지가 8시간 뒤에 도착하는 종착역 생모리츠가 아니라, 기차가 남쪽으로 향하기 전 쿠어(Chur)라는 도시이다. 데워진 열차를 벗어나 쿠어를 관광하고 1시간 정도 북쪽에 있는 바트라가츠(Bad Ragaz)에서 짐을 풀 예정이다.
바트라가츠는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3년에 한번 야외 조각 전시회가 열린다. 거리 곳곳 멋진 조각품들이 눈길을 끈다.
정오 무렵이 되니 안데르마트(Andermatt)역이다. 몇몇 승객이 짐을 챙겨 내린다. 이곳에서 머무는지 로카르노를 거쳐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가는지 문득 궁금하다. 과거 안데르마트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로카르노까지 고생하며 갔던 여행이 떠오른다. 곳곳에 눈이 쌓여 차량 운행이 얼마나 힘겨웠던지. 차라리 도로 통제로 기차에 차를 싣고 다음 구간까지 이동하기를 바랐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상황은 아니었다. 추위와 눈보라로 콧물 찔끔거리며 헤매던 알프스. 그 시절 추위를 생각하니 차라리 지금의 열기가 나은 듯하다.
로카르노는 스위스 남부의 마조레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다. 인근 베르자스카 협곡을 따라가면 높이 220m 번지점프로 유명한 거대한 댐과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400년 된 돌다리 폰테데이살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영화와도 인연이 많은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도시를 저 멀리 두고 기차는 안데르마트를 지나 쿠어로 향한다. 쿠어는 세계 유명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고향이다. 자코메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하고 시내를 둘러보았지만 석기시대 초기부터 인간이 정착했다는 스위스 가장 오래된 도시는 매력적인 골목길과 역사적인 건물들로 인사를 전한다. 산악 여행과 유명 리조트 휴양을 위한 여행객들인지 구시가지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바트라가츠에 있는 대형 스파 리조트. 4개의 리조트건물과 스파 센터, 미슐랭 레스토랑, 그리고 국제 규격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넓은 리조트 곳곳에서 멋진 야외 조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쿠어 시내를 둘러보고 바트라가츠로 향한다. 쿠어에서 이동할 수 있는 26개 휴가지 중 한 곳으로 스파 리조트이다. 조금 낯선 지명일 수 있지만 3년마다 열리는 바트라가츠 트리엔날레(Bad RagARTz triennale)로 유명하다. 휴양과 더불어 도심 조각품들을 즐기기 위해 꼭 방문해 보고 싶었다. 설렘을 안고 들어선 마을 입구부터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 리조트에 들어서니 예사롭지 않은 작품들이 반긴다. 넓은 정원 중앙에 기차놀이하듯 늘어서 있는 조각작품 주위로 사람들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작품 사이에 끊어진 기차놀이를 이으며 사진을 찍는다. 파란 하늘을 이고 초록 잔디를 밟고 있는 그들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따스한 온천에 피로를 씻기도 전에 기차여행으로 지친 하루를 걷어낸다.

박윤정 여행가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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