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으로 떠나는 6차산업형 체험여행 [여행+]
울산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거리가 있는 데다 중공업 도시라는 꼬리표가 달려 단일 관광지라는 평가는 드물다. 하지만 농·가공업을 거쳐 관광 등 서비스업에 이르는 6차산업형 체험프로그램이 즐비하다.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은 2·3세대들이 엮어낸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이미 지역의 명물이다. 울산12경 중 하나로 평가받는 신불산 억새평원과 함께 유진목장과 소이빈삼동, 복순도가 등 울산의 ‘핫플’들을 다녀왔다.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와 등억리 사이에 있는 간월산은 주말이면 부울경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동쪽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고, 서쪽은 경사가 완만한 고원지대로 대개 이쪽을 코스로 잡는다. 간월재 억새는 가을이 절정이지만 겨울에도 장관이다.
울산시는 간월산에 대해 “바람도 많고 사연도 많은 눈물겨운 곳”이라고 했다. 왕방골의 죽림굴(竹林窟)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하던 곳이다. 배내골에서 덕현재, 간월재 등을 넘어야 언양 장터에 닿았는데, 재를 넘는 옛사람들의 애환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간월산을 포함해 해발 1000m 이상의 9개 고산으로 이어진 영남알프스 일대는 빨치산과 토벌대가 서로 총을 겨눈 아픈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소말부부의 꿈, 유진목장과 포니랜드
울주군 고헌산 자락에서 35년째 2대가 함께 운영하는 유진목장의 홈페이지에는 “좋은 우유는 우유의 근본(本)인 행복하고 건강한 젖소에게서 시작된다”고 적혀 있다. 10살 반려견 매향이 배를 깔고 누워 지키고 있는 유진목장에 닿으니 주변에 아이들을 위한 놀잇감이 널려 있다. 주말마다 진행되는 피자만들기 체험은 인근에 입소문이 났다. 손님 한정으로 무료인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에 아이들이 줄을 선다.
유진목장에는 젖소 150마리가 매일 우유를 생산한다. 정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가 운영하는 목장의 소들에게 건초를 날랐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소똥 냄새는 싫었다. 부산대 동물생명자원학과에서 유가공 등을 공부한 정씨는 2011년 목장을 접겠다는 아버지에게 “업을 잇겠다”고 선언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2019년 5월 목장에 본치즈어리도 열었다. 여기서 피자 만들기 체험 등을 한다. 우유 생산과 가공은 부모인 정이기·손선희씨가, 본밀크와 치즈어리 등은 정씨와 언니 해란씨가 도맡는다.
정·김씨는 2018년 울산의 청년창업농 모임에서 만나 2020년 4월 결혼, 10개월 난 딸을 뒀다. 정씨는 “남편의 체험농장이 더 오래됐다”며 “유진목장과 포니랜드를 엮은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이스라엘, 호주 등 치즈와 젤라또 등을 배우러 끊임없이 유학했다. 건강한 로컬 브랜드를 꿈꾸는 정씨는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하는 멀티가 돼야 한다”고 했다. 1차산업에서 비롯한 사업이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함께 일할 사람 구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울주군 삼동면에 있는 소이빈삼동은 부울경 엄마들에게 ‘아이와 놀기 좋은 예쁜 계곡 카페’로 이름난 곳이다. 카페 바로 옆이 계곡이다. 정족산과 영축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이곳에서 합쳐져 대암댐으로 향한다. 여름이면 계곡에서 노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카페 이름을 보면 이곳이 콩을 주제로 한 곳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콩은 메주를 말한다. 겨울에도 주말에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장담그기 체험 등을 이어가고 있고, 주중에는 학교에 가서 프로그램을 한다.
김씨는 “요리사경연대회, 프리마켓, 공연 등 원래 하려던 것은 아주 많았지만 대부분 접었다”고 했다. 이어 “올해 목표는 다양한 굿즈를 만드는 것”이라며 “카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메주와 장류를 활용한 6차산업으로 농촌지역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이빈삼동에도 메주로 된장이나 고추장을 만드는 장담그기 체험이 생겼다. 체험장이 없어 학교 행사 위주로 진행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 10월 체험 프로그램을 꾸린 것. 체험 후 고추장·된장·막장 중 하나와 음료 한 잔을 내어주는 40분짜리 체험키트가 있다. 2명 이상 예약하면 된다. 소이빈라떼 맛이 일품이고, 포토존이 널렸다.
복순도가는 프리미엄 막걸리로 유명하다. 탄산의 청량감이 가득해 젊은 층에 인기다. 2012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만찬주로 쓰이면서 이름을 알렸다. 울주의 양조장 외에 부산에는 폐공장을 활용한 레스토랑을, 서울 노들섬에는 라운지바를 운영해 왔다.
복순도가 양조장 위쪽 향산가든은 지역 맛집이다. 한때 고깃집으로 유명했는데 이젠 고등어정식을 먹으러 오는 점심 손님이 더 많다. 32년째 향산가든을 운영해 온 강영무 사장은 “원래 복순도가가 유명해지기 전에는 ‘향산가든 아래 막걸리집’으로 통했는데 이젠 복순도가 위의 향산가든이 됐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에도 커다란 고등어 한 토막에 무 등 야채를 넣고 빨갛게 조려낸 고등어정식 주문이 쌓인다. 아내 권금랑씨의 손맛이다.
울산=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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