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란서생] 루이 암스트롱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배순탁의 음란서생]

루이 암스트롱(위)은 가장 혁신적인 뮤지션이었다. ⓒAP Photo

루이 암스트롱 하면 여러분은 뭐가 떠오르시나. 확언할 수는 없지만 루이 암스트롱은 왠지 모르게 희화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의 큰 눈, 독특한 발성과 목소리 톤, 지금도 지구 어디에선가 그를 흉내 내고 있을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을 게 분명하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든 상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몇 안 되는 대중음악의 전설이다.

조금은 억울할 거라고 생각한다. 큰 입술로 인해 새치모(Satchmo)라고도 불린 루이 암스트롱은 기실 재즈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천대받는 흑인이었다. 일부로부터는 비웃음을 샀던 엔터테이너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천재였다. 동시에 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했다.

이름부터 짚고 넘어가자. 무엇보다 우리는 그를 루이 암스트롱으로 불러야 하는지, 루이스 암스트롱으로 불러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어쨌든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헬로 돌리(Hello Dolly!)’에서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안녕, 돌리. 저는 루이스예요. 돌리.”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루이 아닌 루이스 암스트롱이라고 표기해야 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생전 스스로도 루이와 루이스를 섞어 소개했고, 지인들 역시 그를 두 가지 이름으로 모두 불렀다. 그의 별명들 중 새치모를 빼고 가장 널리 애용된 건 ‘팝스(Pops)’였다. 팝의 대부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아저씨’라는 뜻이다. 이 별명으로부터 우리는 그가 얼마나 친근한 존재였는지를 알 수 있다.

바로 이 친근함이 죄였을 거라고 본다. 루이 암스트롱을 그저 좀 웃긴 얼굴을 한 연예인으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정작 루이 암스트롱이 남긴 깊고도 광대한 음악 유산 중 아는 거라곤 그저 몇 곡에 불과하다는 거다. 예를 들어볼까. 아마 당신은 매우 높은 확률로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헬로 돌리’ 역시 널리 알려진 곡 중 하나다.

또, 루이 암스트롱의 고향인 뉴올리언스에 가면 도시 전체에서 그의 버전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성자의 행진(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들을 수 있다. 진짜다. 내가 직접 경험해봐서 안다. 그러나 이 외에도 루이 암스트롱이 발표한 재즈 명곡은 무진장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2021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음악 책

재즈의 기원이 된 장소를 역사는 뉴올리언스라고 기록한다. 즉, 뉴올리언스 재즈가 곧 재즈의 산파 노릇을 해준 셈이다. 과연 그렇다. 1901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70년간 재즈라는 예술을 더 높은 경지로 이끈 예술가, 그가 바로 루이 암스트롱이다.

정리한다. 만약 당신이 루이 암스트롱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면 굳이 멀리 갈 필요 없다. 게리 기딘스가 쓰고, 재즈 평론가 황덕호씨가 번역한 평전 〈루이 암스트롱〉을 읽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비극을 희극보다 우월하다고 간주한다. 고독한 예술가가 친숙한 연예인보다 월등한 존재라고 판단할 때도 많다. 이러한 가정이 곧 편견일 수 있음을 이 책 〈루이 암스트롱〉은 증명한다. 발간된 지 몇 년 됐지만 내가 2021년 한 해 통틀어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음악 책이다. 나도 이 책 읽으면서 반성 많이 했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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