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 브랜드파워 높여 홍콩 대안 돼야"

김예진 2022.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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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랑·평론가협 제도개선 세미나
"소수 독과점 시장 개선
포스트 단색화 발굴 필요
통제의 홍콩은 입지 약화"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강의실에서 미술시장 현황과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김예진 기자
한류 등 대중문화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가운데, 한국 미술 역시 브랜드파워 제고, 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홍콩을 대체하는 미술 시장 중심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화랑협회·한국미술평론가협회 주최 ‘시각예술 제도개선 세미나-국내 미술시장 현황과 미래전략’ 세미나에서다. 이임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교수는 이날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내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가 한국 미술시장에 관건적인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먼저 “지난 10년간 한국 미술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해온 세계 미술시장(62%성장)과 비교할 때, 상대적을 낮은 성장세(34% 성장)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MZ세대가 새로운 미술품 구매자로 시장에 대두하고, 이건희 컬렉션 화제, 2022년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공동개최 등 미술계 이슈에 주목하면서 “향후 국내 미술시장 방향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상승세로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세계 시장에 당당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아니면 주변부의 중소 시장에 머무를 것인가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경제 강국과 전통적인 문화 강국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그 가운데 미국, 영국, 중국 점유율이 82%를 차지한다”며 “GDP 세계 10위의 경제력, 유서 깊은 문화유산과 문화 산업의 기반을 가진 한국 또한 세계 미술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이 경제력에 상응하는 위사을 갖기 위해서는 국내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고, 미술산업의 중심지 개발, 인프라 구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4대 제도 개선 방향으로 △구매자 확대를 위한 세제 혜택 및 지원 △미술품 소장문화 형성을 위한 정책 △미술시장 내 효율적 역할 분담과 협업 유도 △브랜드파워 제고를 위한 지원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미술은행 등을 통해 직접 작품 구매에 나서는 방안보다 새로운 구매자 유입을 유도하고 기존 구매자의 구매력을 높이는 것이 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안”이라며 현행 연간 100만원인 문화비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할 것을 제안했다.

또 법인기업에 적용되는 미술품 구매에 대한 손금산입 혜택을 개인사업자에게도 확대적용하고, 기업의 문화접대비 금액 상향도 제시했다.

소장문화와 관련해서는 기초 실기 중심의 중등과정 미술교과 교육에서, 미술감상 및 미술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술시장 내 주체들이 공공영역과 유통영역, 1차 유통자인 화랑과 2차 유통자인 경매사 간 역할이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술시장이 독과점 시장으로 양극화를 보이는 점도 가능성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체 화랑의 2.1%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호랑이 78.6%, 상위 2개 경매회사가 83.9%, 아트페어의 10.2%를 차지하는 상위 5개가 79.6%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전체 화랑 중 약 75%는 연간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이라며 “소수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양극화는 소수 인기 작가에 대한 편중으로 미술시장의 투기적 성격을 야기하고, 구매자층의 구조를 경직화해 새로운 소비자 및 구매자 층을 생성할 가능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업체가 각자의 여건에서 예술가를 발굴, 지원하고 새로운 구매자층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해야 독과점화하는 시장에서 다양성의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국, 영국과 비교해 브랜드파워가 약하다는 점도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이 교수는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 세계적 미술 이벤트, 세계적 작가 등이 두드러지지 않은 까닭에 한국 미술은 그간 세계 미술 시장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며 “단색화에 이어 한국 미술을 시장에 소개해 나가기 위해 미술시장의 공공영역에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주목받지 못한 한국 미술 발굴 전시하면, 국내 화랑들이 보유한 근대미술 작품의 시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코로나19로 아트바젤 홍콩이 취소되는 과정에서 부산이 대안으로 검토되기도 했다”며 “국내 미술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회가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홍콩이 무관세, 언어, 금융인프라 등 이점으로 여전히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기능하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사상적 통제가 커져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미술 허브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여지가 보인다며 “한국 미술 시장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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