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다

김민수 기자 2022. 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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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 마을 위로 폭풍이 몰려온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레오니 웬츠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40년간 77개국의 일일 강우량 데이터와 지역경제 생산량을 비교해 강우 일수와 강우량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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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 마을 위로 폭풍이 몰려온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독일의 한 마을에 몰아친 폭풍이다.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한 경제적 평가에 일일 강우량은 포함되지 않는다. 

레오니 웬츠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40년간 77개국의 일일 강우량 데이터와 지역경제 생산량을 비교해 강우 일수와 강우량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연구결과 비오는 날이 늘어나면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세계 경제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고소득 국가일수록 경제적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지역별로 가용 담수량의 변화는 농업 생산성에 영향을 주고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홍수는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입힌다. 일례로 지난해 7월 기록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유럽에서는 약 20만개의 건물에 전기가 끊기고 약 120억달러(약 14조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렇게 일시적인 재해에 따른 피해는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기후 변화와 강우 패턴의 변화,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한 국가 기준으로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연구팀은 77개국을 총 1544개 지역으로 나눠 1979년부터 2019년까지 각 지역별로 비가 오는 날이 매년 얼마나 늘어났는지 분석했다. 또 40년간 일일 강우량 중 비가 많이 온 날 기준 상위 0.1%를 극한 일일 강우량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얻은 비오는 날의 증가 추이와 극한 일일 강우량 데이터를 각 지역별 지역총생산(GRP)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하는 모델링을 개발했다. 모델링 분석 결과 비오는 날의 수가 증가하고 일일 강우량이 늘어나면 전세계 경제 성장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 국가일수록 저소득 국가에 비해 경제적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고소득 국가일수록 재난 피해를 복구할 여유가 있고 대응할 충분한 시스템을 갖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을 뒤집는 결론이다. 산업별로도 비오는 날이 늘어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통상 농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의 경우 오랜 기간 기후 변화와 맞서며 진화한 관개 기술의 발전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벤츠 연구원은 “기후 변화와 강우 패턴 변화에 따른 경제에 대한 영향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된 연구”라며 “미래 강우 패턴 변화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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