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의 퇴장.. 휴지 조각된 '이대은 특별법'과 KT의 1순위 지명권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kt wiz 우완투수 이대은(33)이 유니폼을 벗었다. 갑작스런 은퇴 속에, 1순위 선수로서 기대가 컸던 kt팬들의 마음은 실망감으로 뒤덮였다.
kt는 지난 13일 "투수 이대은이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대은은 색다른 이력을 지닌 야구선수였다. 먼저 신일고 졸업 후 2007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메이저리그(MLB) 구단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흔한 한국인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대은은 마이너리그에서 7시즌 동안 40승 37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 복귀가 아닌 2015시즌 지바 롯데 마린스 유니폼을 입으며 일본프로야구(NPB)에 도전했다. 그동안 KBO리그를 거쳐 NPB에 진출하거나, 박찬호, 김병현 등 메이저리그에서 한 획을 그은 선수가 NPB 무대에 입성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대은은 일본에서 2015시즌 38경기에 출전해 124.2이닝,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5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5년 11월에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승선해 일본전 선발투수로 나서며 대한민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이대은은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비록 2016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려 2군으로 내려갔지만 오히려 NPB에서 이대은의 부진은 국내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대은은 국내 무대에 돌아오기 위해 꼼짝없이 현역으로 입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KBO가 고교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기위하여 만들었던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외국 프로구단과의 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KBO는 2016년 이사회를 통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SC 프리미어12,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여 KBO 퓨처스리그에서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대은은 2017시즌과 2018시즌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하며 퓨처스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이대은 외에 적합한 사람이 없어 '이대은 특별법'으로 불렸다.
이대은이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는 사이, KBO리그 1군 무대에서는 '이대은 리그'가 펼쳐졌다. 2017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면 2019시즌 2차드래프트 1순위를 얻을 수 있었으며, 이는 곧 이대은을 품는 것으로 연결됐다. 결국 2017시즌 최하위팀이었던 kt는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 이대은을 2019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영입했다.
그러나 이대은의 활약은 기대와 달랐다. 2019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자주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19시즌 중, 후반부터 마무리투수로 전환해 가능성을 나타냈지만 2020시즌 마무리투수로서도 평균자책점 5.83으로 난조를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종료 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대은은 2021시즌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부상 복귀 후에도 트레이드마크인 시속 150km 패스트볼을 뿌리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낙차 큰 스플리터도 위력적이었다. 그 결과는 성적으로도 나타났다. 2021시즌 31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이제 이대은은 2022시즌 주권과 함께 kt의 필승조로 전망됐다.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한 kt는 부활한 이대은의 존재로 인해 두터운 불펜진도 꿈꿀 수 있게 됐다. KBO리그팬들과 kt팬들이 꾸준히 기대했던 이대은의 진면목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드러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대은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은은 13일 은퇴소감으로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대은이 밝힌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견해는 설득력이 없다. 그만큼 이대은은 KBO리그 최상급의 구위를 갖춘 선수였고 성적도 상승세였다.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는 표현이 은퇴 사유로 정확하다. 이대은은 방송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은의 새로운 도전은 존중해宣?하지만, KBO리그팬들의 허망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대은 특별법'까지 만들며 기대감을 나타냈던 야구팬들과 KBO는 순식간에 소중한 보석을 잃었다. 특히 전체 1순위로 이대은을 선택한 kt와 kt팬들은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노시환(한화 이글스)와 송명기(NC 다이노스)를 놓친 패배자가 됐다. KBO리그를 들썩였던 최고 유망주의 허무한 퇴장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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