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혁신 교육과 세계적 연구, 창업이 공존하는 공대를 꿈꿉니다"

윤신영 기자 2022. 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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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서울대 공대 학장
이병호 서울대 공대 학장. 남윤중 제공

“서울대 공대가 세계 톱 수준의 공대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습니다. 서울대 공대는 분명 연구와 인력 양성 측면에서 사회에 큰 공헌을 했지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곳이라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큰 질책을 받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거든요. 구성원이 합심해 마음을 다잡고 이를 극복해 다시금 서울대 공대의 가치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대 본부에서 만난 이병호 서울대 공대 학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서울대 공대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특유의 겸손하고 조용한 말투로 ‘반성’부터 했다. 의외였다. 신임 학장이라면 인터뷰에서 당연히 포부와 각오, 희망적인 로드맵 등을 먼저 제시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정 어린 반성에는 대안이 따르는 법. 회심의 계획은 뒤에 나왔다. “이를 위해 학술적으로 우수한 연구는 물론, 실제로 사회에 이용될 수 있는 연구, 산업체에 쓰일 연구를 장려하려 합니다.”

이 학장은 지난해 9월 1일 제30대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이 학장은 광학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의 석학으로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국제광공학회, 미국광학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등의 국제학술단체 석학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빛의 굴절률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메타표면’과 이를 응용하는 소자 연구에 주력해 왔다. 이 분야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시대를 가속화할 안경형 기기의 필수 기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수준인 선글라스 형태의 VR 기기를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첨단 산업과 기술 동향에 민감한 그는 공대가 새로운 시대와 사회, 산업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육을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학장은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변했고 흥미도 바뀌었는데 교수들이 자신들이 배웠을 때 생각만 해선 안 된다”며 “학생 눈높이에 맞춘 교육, 자발적 동기를 갖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사라진 우수강의상을 부활시키고 혁신 교육법을 개발한 경우 이를 인정하고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교수들의 승진 평가 때도 주관적 평가 항목을 도입해 혁신적 교육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사재 1억 5000만 원을 서울대 공대교육연구재단과 전자전기정보장학재단에 기부해 혁신교육상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등 혁신 교육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세계적 화두인 창업에 학생들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도 지속할 계획이다. SNU공학컨설팅센터에 마련된 메이커 공간인 ‘해동아이디어팩토리’에서는 학생들이 가공과 제작을 통해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할 수 있다. ‘SNU기술창업플라자-공존34’에서는 창업 공간을 지원하는 한편 동서식품과 함께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신기술창업네트워크’에서는 법률과 세무 등 익숙치 않은 창업 관련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 학장은 “서울대 본부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운영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공학은 기술과 산업의 향방을 가장 폭넓으면서 예리하게 추적하는 분야다. 서울대 공대는 그중에서도 가장 첨단에 서서 한국과 세계의 기술·산업 향방을 좇고 있다. 이 학장에게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는 미래 분야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환경 관련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산업 현장에 필요한 탄소중립 제조공정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 등 주요 기업이 제조 공정에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기술을 100%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현재로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학장은 “다양한 전공이 제조공정 신기술을 연구해 실질적으로 제조법을 바꾸는 데 공헌해야 한다”며 “수출과 부품 납품이 많은 한국은 이런 세계적 추세를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 서울대 공대가 그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탄소중립 외에 헬스케어와 무인이동체 분야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를 분석하는 포럼을 통해 공대가 나아갈 방향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산업의 주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신기술도 중요하지만 잘 하는 분야를 강화해 1등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업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서울대 공대엔 12개 학과·학부가 존재한다. 모두 중요한 분야지만 시기에 따라 부침이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여러 해째 유행하며 컴퓨터과학 관련 전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인기 학과 정원을 중심으로 학제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학장은 “인기 학과나 전공만 너무 강조하는 것은 사회와 산업을 위해 우수한 인재를 기른다는 서울대 공대의 책무와 맞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최근엔 다른 전공을 하며 AI를 응용하는 ‘AI+X’가 유리하다는 진단도 있는 만큼 기본적인 학과 전반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 연합전공과 복수전공을 적절히 활용해 전공과 학과가 다 다루지 못하는 융통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지속한다. 새로운 학제도 시도된다. 이 학장은 “2022년부터는 ‘무학과제’를 40명 대상으로 일부 시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공계, 특히 공대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 공대의 교수 318명 가운데 여성 교원은 17명이다. 5.3% 수준으로 아직 낮지만 최근 두 명이 추가되는 등 계속해서 수를 늘리고 있다. 이 학장은 “여성 교원은 공대 외에 서울대 본부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서울대 공대는 여성 학부생 비율이 12%(2020년 기준)로 다른 대학보다 낮다는 특성도 있는데, 이 역시 점차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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