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북아메리카가 얼어붙은 시절이 있었다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2022. 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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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의 애서배스카 빙하. U자곡 사이로 빙하가 흘러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북아메리카대륙의 서쪽에는 미국부터 캐나다까지 약 4500㎞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로키산맥’이 있습니다. 이 로키산맥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 캐나다의 ‘밴프 국립공원’인데, 국립공원 여기저기에 빙하와 호수가 만들어낸 절경이 으뜸입니다. 이 빙하는 한때 북아메리카 대륙을 뒤덮었던 거대한 빙하 중 일부입니다. 대륙을 덮은 빙하입니다. 

로키산맥 빙하는 빙하기의 유물

캐나다의 도시 밴프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두 시간 반을 달리면 ‘컬럼비아 빙원 탐험 센터’에 도착합니다. 저는 2008년, 캐나다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 총회에 참석했다가 밴프 국립공원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2008년, 우경식 교수가 눈과 얼음 위를 다닐 수 있는 특수 설상차를 타고 애서배스카 빙하로 가는 모습. 우원식 제공

빙하는 오랫동안 쌓인 눈이 엄청난 무게에 의한 압력을 받아 얼음으로 다져진 후, 이 얼음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만들어집니다. 얼음은 먼 거리를 흐르다 따뜻한 하류에 도착하면 녹죠. 빙하는 높고 추운 산맥이나 극지방에서 자주 나타나요. 비교적 따뜻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형이지요. 빙하가 흐르려면 얼음이 있어야 하는데, 지면이 얼음으로 덮인 넓은 지역을 ‘빙원’이라 불러요.

밴프 국립공원에는 넓이가 약 325㎢에 달하는 ‘컬럼비아 빙원’이 있습니다. 컬럼비아 빙원은 로키산맥에서 가장 큰데, 서울시의 절반보다도 넓지요. 위성사진을 보면 산에 둘러싸인 빙원에서 빙하가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컬럼비아 빙원의 전경. 빙하기 당시 북아메리카를 덮고 있던 대륙빙하의 잔해다. 위키피디아 제공

빙하는 물과 다른 형태의 지질 구조를 남깁니다. 흐름이 빠른 물은 계곡 아래쪽을 침식하면서 V자 모양의 ‘V자곡’을 만듭니다. 한편, 빙하는 엄청난 압력으로 골짜기 전체를 누르며 깎아냅니다.  그 결과 U자 모양의 ‘U자곡’이 만들어지죠. 이렇게 빙하가 깎아낸 돌과 흙은 얼음에 갇혀 이동하다 빙하가 녹는 지점에 쌓입니다. 이를 ‘빙하 퇴적물’이라 합니다.

지질학자들은 U자곡과 빙하 퇴적물로 과거 빙하가 어떤 지역에 생겼는지 추측합니다. 놀랍게도 북아메리카대륙 전역은 물론, 유럽의 따뜻한 지역에서도 U자곡과 빙하 퇴적물이 발견됩니다. 이는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부분을 두꺼운 얼음으로 덮은 ‘빙하기’가 있었고, 컬럼비아 빙원은 그 빙하기의 마지막 남은 흔적 중 하나란 뜻입니다.

빙하기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빙하가 녹은 곳에 쌓인 빙하 퇴적물. 거대한 바위부터 자갈, 흙까지 다양한 크기의 입자가 쌓인다. 우원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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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오랜 역사 동안 기후는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공룡이 살던 중생대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서 남극과 북극에 빙하가 없었습니다. 반대로 약 2만 6000년 전~1만 9000년 전 ‘마지막 최대 빙하기(LGM)’ 때는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이 대부분 2~3㎞ 두께의 대륙빙하로 덮여 있었습니다. 빙하는 로키산맥은 물론, 뉴욕과 시카고 같은 지역까지 집어삼켰습니다. 

빙하기는 극지방이 추워지면서 눈이 많이 쌓여 더 커진 빙하가 넓은 지역에 퍼진 시기입니다. 그 결과 저위도를 포함한 지구 전체 기후가 추워집니다. 지구의 기후가 차츰 추워지고 극지방에 빙하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약 3400만 년 전 신생대부터입니다

본격적인 빙하기는 약 300만 년 전 떨어져 있던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대륙이 연결되며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대서양과 태평양이 나뉘면서 해류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흐르던 해류가 대륙에 막혀 태평양으로 흐르지 못하고, 대신 북아메리카대륙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흐르게 된 겁니다. 이 해류를 ‘멕시코만류’라 부르는데, 따뜻하고 습한 멕시코만류가 극지방에 수분을 전달하면서 극지방에 눈이 많이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추운 기후대가 남쪽으로 넓어졌고, 더 넓은 지역에 눈이 내리며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두꺼운 빙하가 생겼습니다. 

애서배스카 빙하에 세워진 표석. 1908년에는 이 표석의 위치까지 빙하가 있었음을 나타낸다. 표석 뒤로 현재의 애서배스카 빙하가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현재는 중생대 이후 가장 추운 시대이지만, 우리는 지금의 지구가 그리 춥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이 빙하기 사이에 찾아오는 따뜻한 시기인 ‘간빙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50만 년 전부터 지구에는 30번 이상에 걸쳐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구의 궤도 운동 변화로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가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빙하기와 간빙기를 만드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합니다. 

그렇다면 지구는 수만 년 후 빙하기로 돌아가게 될까요? 현재 지구는 인류의 활동으로 더워지고 있어요. 이렇게 급속한 기후 변화는 지구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입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후는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밴프 국립공원의 애서배스카 빙하 주변에는 ‘1908년’이란 연대가 적힌 표석이 있습니다. 1908년에는 빙하가 이곳까지 내려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저와 여러분이 이 빙하를 보는 마지막 인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최대 빙하기 당시 지구의 모습을 재구성한 이미지. 현재 지구와는 달리, 과거 북극은 물론 유럽 북부와 북아메리카 대륙 대부분이 대륙빙하로 덮인 모습을 볼 수 있다. Ittiz/위키피디아 제공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2년 1월 15일 발행 [파고캐고 지질학자] 13화, 북아메리카가 꽁꽁 얼어붙은 시절이 있었다고?

※필자소개

우경식 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우경식 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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