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열풍, 오징어 게임 인기 뒤에는 '포모'가 있다

양지호 기자 2022. 1.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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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가 만난 사람] 신조어 '포모' 만든 패트릭 맥기니스

포모 사피엔스|패트릭 맥기니스 지음|이영래 옮김|미래의창|280쪽|1만6000원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코로나 유행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치 상승과 맞물리며 시대 정신이 됐다. 남들이 줄을 서서 먹으니 한겨울에도 고깃집 앞에서 4시간씩 기다린다. 모두 투자해서 돈 번다는데 혼자 뒤처질 수는 없다며 ‘빚투’도 서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를 훑어보며 나만 빼고 남들은 더 재미있고 보람차게 산다고 느끼며 상실감에 젖는다. 방구석에서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도 좋은 기회를 나만 놓칠지 모른다는 조바심 속에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로 꼽히는 바이오벤처 ‘테라노스’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국내에선 2019년쯤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이 말은 벤처투자자 패트릭 맥기니스가 하버드대 MBA 학생이던 2004년 만들어낸 말이다. 맥기니스는 최근 출간된 ‘포모 사피엔스’(미래의창)에서 “포모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따라가는 인간 심리의 일부”라며 “포모는 어떠한 선택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와 결합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줌으로 만난 그와의 일문일답.

-2004년에 만든 표현이 뒤늦게 인기다.

“소셜미디어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포모’가 현실 문제를 더 잘 설명하게 됐다고 본다. 정작 난 잊고 있다가 2014년 한 잡지사 기자가 ‘당신이 포모라는 표현을 만든 사람이냐’고 전화를 걸어와서 그제야 유행어가 된 걸 알았다. 하하하.” 그는 하버드 MBA 졸업반이던 2004년 학내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 표현을 처음 썼다. 금요일이면 놓쳐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하룻밤에 파티 7개를 다니다가 이 표현을 떠올렸다고 한다.

2004년 신조어‘포모’를 처음 만든 패트릭 맥기니스. 그는“미국 메인주 소도시 출신이라 별천지 같은 대학 캠퍼스에서 극심한 포모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포모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따라오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패트릭 맥기니스

-최근 포모를 겪은 사례가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오징어 게임이 정말 재밌다’고 해 대화에 끼려면 오징어 게임을 봐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포모가 작동했다. 재밌는 드라마였지만, 보기 시작했던 건 모두가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품이 빠졌지만 지난해 뜨거웠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도 비슷했다. 하기 싫었지만 모두가 하니 끌려 들어갔다. 지금은 아무도 안 쓰지만.”

-당신은 어떻게 포모와 싸우나.

“작은 실천은 이런 것이다. 트위터를 스마트폰에서 삭제하기. 침실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지 않기. 크게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 내게 뭐가 중요한지를 판단하려 노력한다.”

-암호화폐 투자도 공포 때문인가.

“그렇다. 암호화폐로 돈 번 사람만 목소리를 낸다. 잃은 사람은 침묵한다. 이것이 포모를 자극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해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 난 암호화폐가 버블이라 생각한다.”

-현대에는 ‘포보’도 문제라고 했다.

“포모는 사람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놓치기 싫은 마음에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 시도를 하게 한다. 잠재력을 끌어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포보는 최선의 선택지를 놓칠까 두려운 나머지 가능한 선택지를 탐색하다가 결정장애에 빠지게 한다. 개인도 기업도 상처받는다. 아우디는 2009년 전기차 콘셉트를 발표하고도 양산은 테슬라 등에 뒤처졌다. 결단을 계속 연기한 포보의 전형적인 사례다.”

-포보를 이겨낼 방법은

“아웃소싱해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남에게 맡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난 가구 고르는 데 젬병이다. 잘 고르는 친구에게 맡긴다. 예전에는 몇 주 전부터 점심 약속 메뉴를 고민했다. 지금은 만나는 사람한테 메뉴를 고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의 ‘더 와이어커터’ 같은 서비스를 참고해도 좋다. 가전제품 등 여러 물건을 리뷰해 ‘최고의 선택’ ‘가성비 높은 선택’ 등으로 선택지를 압축해준다.”

그는 책에서 포모에 빠진 사람들을 ‘세렝게티의 영양’으로 비유했다. 포모는 당신이 무리를 따르는 영양이 될지 되지 않을지의 결정이라는 것.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법을 배우고, 나머지를 버릴 용기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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