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같은 북유럽?.. 3명 중 1명은 소득 절반 세금으로 내

곽아람 기자 2022. 1.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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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박지우 지음|추수밭|284쪽|1만7000원

“감기에 걸린 것 같다. 두통이 심해 진료를 받고 싶지만 나 같은 사람은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TV에서는 도박 광고가 끊이지 않는데, 그 와중에 대기업들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합법적으로 재산을 상속한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이 나라에서 노력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을 받고 계층 상승을 하는 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 같은가? 아니다. 놀랍게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모든 복지를 책임져 준다는 스웨덴이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북유럽 열풍은 패션,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동경하게 했다. ‘북유럽식 무상 복지’는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 됐다. 그중 스웨덴은 특히 ‘이상적 탈출구’로 여겨졌다. 그러나 저자는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다. 스웨덴의 여러 모습을 다른 관점에서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2014~2017년 스웨덴 무역 회사에서 인사 담당자로 일했다.

일단 의료. 저자는 “‘무상 의료’란 말은 모순”이라고 잘라 말한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데 ‘무상’일 수가 없다. 문제는 국민들이 세금을 낸 만큼의 대가를 누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병원 예약 후 짧으면 3일, 길면 한 달 후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원하는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증상을 크게 부풀려야만 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스웨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2.1개로 한국의 12.4개, OECD 평균(4.7개)에 비해 적다. 코로나 사태 첫 사망자가 발생한 2020년 3월 11일, 스웨덴 보건청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확진돼 입원 중인 환자와 의료진만을 대상으로 제한적 검사를 실시했다. ‘집단면역’을 내세우며 일상을 유지하겠다 했지만 이는 결국 그해 5월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방역 실패로 확인됐다. 저자는 “한정된 의료 자원 때문에 사태 초기부터 검사와 역학조사를 포기한 것”이라며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공 의료 강화에 큰 의지를 보였다. 스웨덴과 같은 보편적 의료 국가를 벤치마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현재 스웨덴 의료 시스템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붕괴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조세에 대한 스웨덴의 국민 부담률은 40%대로 OECD 평균인 33.8%(2019년 기준)나 한국의 27.8%보다 높다. 세금 대부분은 중산층 주머니에서 나온다. 스웨덴 소득세 최저세율은 32%로 한국의 6.6%에 비해 훨씬 높다. 연봉 6800만원은 스웨덴에서 근로자 평균 연봉의 1.5배를 넘길 정도이지만 소득세 최고세율(평균 52%)로 진입하는 기준 연봉이다. 적용 대상은 전일제 근로자 3명 중 1명꼴이다.

스웨덴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세금이 있다.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비율은 6.6%에 불과하다. 그러나 재산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없을 수도 있다. 스웨덴 총 조세액 중 재산 관련 세금인 부동산 보유세와 취득세,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 그친다. 한국은 12%다. 스웨덴은 2004년 상속세 및 증여세 폐지를 선언했다. 가족 기업이 많은데 높은 상속세 때문에 기업들의 해외 이전 러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엔 자산 총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기준액 초과분에 1.5%만큼 부과되던 부유세마저 폐지됐다.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재산을 은닉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결과 10억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스웨덴 부자들 중 상속받아 부를 축적한 비율은 63.2%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이 중산층들의 한탕주의 심리를 키운다. 스웨덴 성인 인구 3명 중 1명이 매일 도박하거나 복권을 산다”고 말한다.

고도로 전문적인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장기간 살면서 ‘일했던’ 경험이 반영돼 잠시 머물다 온 이들이 그려내는 ‘천국 같은 북유럽’의 환상을 벗기기엔 충분하다. 경제학 전공자답게 통계와 도표도 적절하게 활용했다. “보편적 복지 찬성론자들은 복지제도가 소득재분배 효과를 증대시켜 부의 쏠림을 막고 건강한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역시 이러한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나는 마거릿 대처의 말을 빌려 반박하고자 한다. ‘(북유럽식) 사회주의는 야심 찬 포부에서 출발했지만, 곧 서민 증세로 그 방향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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