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어때, 돈이 최고지?"

봉달호 편의점주 입력 2022. 1.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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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호프연합회 등 자영업자 25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10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영업제한 방역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 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찍겠다.” 두 달 뒤 대통령 선거에 누구를 찍을 것이냐 물으니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친구다. 지금까지 대선에서는 정치적 잣대를 기준으로 투표했는데, 이번에는 기준을 좀 달리하겠다는 말이다. 이런 시국에도 꼬박꼬박 급여 나오는 사람들은 지금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의 깊이를 쉬이 가늠하지 못할 것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라. 소득이 절반쯤 줄어든 상태로 2년을 견디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허리띠 졸라매고 빚으로 연명하는 삶도 한계에 이르렀다. 이젠 대출마저 불가능. 버틸 재간이 없다. 폐업의 기로에 선 사람이 주위에 숱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시작됐다. 영업제한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식당, 카페 등을 대상으로 손실액의 80%를 보상해주는 것이다. 생각보다 보상 금액이 적어 한숨 쉬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이 제도에 대해서는 대놓고 항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왜냐면 국세청 과세 자료를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보상액이 적다면, 과거에 매출을 축소해 신고했거나, 영업비용을 부풀려 절세(혹은 탈세)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료’ 앞엔 누구도 꼼짝 못 한다. 사실은 이런 기준에 따라 보상해주면 된다. 뭉텅뭉텅 100만원, 300만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던져줄 것이 아니라, 객관적 손실에 근거해 보상하면 된다. 대신 더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손실액을 100% 보상하겠다고 한다. 번지수가 틀렸다. 보상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영업제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업종뿐 아니라 주위 상권이 다 어둠에 잠긴다. 미용실, 세탁소, 꽃집, 문구점…. 업종조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하릴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럼에도 직접 제한받은 업종만 ‘핀셋’처럼 골라 보상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최소한 의무만 지겠다는 말 아닌가. 그러한 직접 피해 보상 논리에 따른다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대체 왜 줬는가? 이런 상황에도 잘되는 업체와 상권은 있어 거기로 소비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만 초래했다. 꼭 필요한 곳에 먼저 가야 하는 구휼(救恤)의 원칙을 망각했다.

게다가 손실보상과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7월 관련법을 공포했으니 소급 적용은 안 된다는 이유로 그 이후 손실만 보상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정부가 그렇게 법과 원칙을 따졌던가. 어쨌든 그리하여 지난해 7~9월 해당하는 손실보상 비용이 2조 4000억 원이다. 대상자는 약 80만 업체.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는 700만명 정도고, 팬데믹 이후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70% 정도니, 업종과 상관없이 손실 자영업자 모두를 보상한대도 15조 규모면 가능하다는 셈이 나온다. 이른바 K-방역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거침없이 제한하고 600조가 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하는 동안 가장 큰 피해자인 자영업자 구제를 위해서는 대체 뭘 했나. 선거 때가 되니 이제야 부랴부랴 “자영업자”를 외친다.

이제 또 500만원을 준단다. 거기에 얹어 300만원을 더 준단다. 지나가는 사람 호객하는 모양으로 지원금을 부른다. 일단 먼저 줄 테니 남으면 나중에 돌려주라는 야바위꾼 흥정까지 한다. 거기에 어떤 업종은 되고 어떤 업종은 안된다는 식으로 ‘업종 갈라치기’까지 더한다. 그러잖아도 힘든데 “어때 돈이 최고지?”하며 놀림당하는 기분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런 ‘묻지마 지원금’이 아니다. 정확한 기준에 따른 보상이다. 더욱 많은 자영업자들이 객관적 보상의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선거 때가 되니 도박하듯 베팅을 늘리는 후보가 아니라, 진정 자영업자의 편이라 생각하는 후보를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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