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친구가 권한 책
“손발 오그라드는 일본 연애소설 추천해야지!”
하루키 책을 원서로 읽고 싶어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 이지수의 말에 ‘러시아문학 덕후’인 에세이스트 구달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럼 난 ‘전쟁과 평화’ 읽으라고 할 거야!”
독서 취향이 완전히 다른 친구가 추천한 책을, 그가 권했다는 이유만으로 읽어본 적 있으신가요? 절친한 친구인 지수와 구달이 함께 쓴 책 ‘읽는 사이’(제철소)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추천한 책을 각각 열 권씩 읽고 남긴 독서 일기입니다.
구달이 “도스토옙스키의 세계로 너를 유인하려 한다”며 권한 E. H. 카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을 집어 든 지수는 만연체 문장에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끙끙대며 책을 읽어냅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가족과 불화했던 도스토옙스키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죠. “위대하지 않은 인간도 위대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큰 희망은 없을 것이다.”
“온갖 연인들이 등장하는 이 책을 읽고 가상 애인과의 낭만적인 서울 데이트 코스를 짜주지 않을래?” 지수의 제안에, 고전에 편향된 독서를 하느라 동시대 사랑 이야기를 읽어본 적 없는 구달은 박선우 단편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를 읽습니다. 서울의 곳곳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의 여운을 음미하며 국숫집과 공원, 카페 등이 포함된 정겨운 성북동 데이트 코스를 짜 보지요.
친구가 권한 책을 기꺼이 읽는다는 것은, ‘나와 다를지언정, 내가 아끼는 너의 세계를 한번 겪어보겠다’는 승낙의 뜻일 겁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취향은 확장되고, 시야는 넓어지죠. 에필로그의 끝머리에서 구달은 지수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다음 책은 뭐지?” 이런 사이, 부럽지 않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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