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죽음과 두 여자의 엇갈린 진술.. 그들의 진실은 무엇인가

은의 세계|위수정 지음|문학동네|332쪽|1만4500원
진실에 대한 사전 정의는 ‘거짓이 없는 사실’. 누구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진실에 다다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말을 통하는 것이리라. 거짓 대신 사실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소설 인물들은 사실을 말하는 대신, 입을 닫거나 거짓을 뒤섞는다.
표제작에서 주인공 남편은 아내의 사촌 동생 명은을 청소 도우미로 고용한다. 코로나로 직장을 잃고 청소 업체에 취직한 사촌 동생을 가엽게 여긴 아내가 요청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버려진 명은과 오빠 경은은 어릴 적 아내 집에서 함께 살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사망했다는 오빠 경은을 두고 아내와 명은의 진술이 엇갈린다. 아내는 “친구 집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지만, 명은은 “도둑질하고 도망치다 일어난 사고”라 한다. 명은은 가끔 베란다로 나가 한참 땅을 쳐다보거나, 일을 내던지고 널브러져 있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이에 대해 아내는 과민한 반응을 보이며 명은을 해고한다. 주인공은 이들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오빠 경은의 사망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어 하면서도, 기어코 입을 손으로 막는 사람들 속에는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할 욕망과 결핍이 있다. 단편 ‘화양’ 주인공은 애인 대행 서비스를 하는 젊은 남성을 만나고, 단편 ‘풍경과 사랑’ 주인공은 아들의 친구에게 연정을 느낀다. 남편과 겪는 불화 때문이다. 그러나 인물들은 ‘단란한 가족’ ‘좋은 아내이자 엄마’ 같은 우리 사회가 부과하는 정상성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진실을 감추고 연기를 한다. 소설은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 비극을 보이게 한다. 2017년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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