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차이나 종단횡단] “黨 기조와 다르면 개봉 불가”… 中 영화 통제 심해졌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2. 1.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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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 도심의 한 영화관. 상영 중인 영화 6편 가운데 ‘매트릭스: 리저렉션’을 제외한 5편이 중국 영화였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음력설을 앞두고 주목되는 영화로 중국 영화인 ‘장진호’의 속편과 ‘저격수’를 꼽았다. 6·25 전쟁을 중국 공산당 시각에서 다룬 영화들이다. 특히 미군과 중국군의 대결이 강조된다고 한다.

지난해 코로나를 뚫고 전 세계에서 개봉한 스칼릿 조핸슨 주연 영화 ‘블랙 위도우’는 중국에선 상영되지 못했다. 중국 전역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중국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과 대결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가운데, 냉전 시기 미국에서 활동했던 러시아의 스파이 조직이 악(惡)의 배후라는 스토리가 문제였다고 한다. 중국 당국의 영화·드라마에 대한 검열과 통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전례 없이 세지면서 당(黨)의 역사관·방침을 전달하는 ‘인민 교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영화 매출은 460억위안(약 8조6000억원). 전년 대비 126% 성장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상위 1~10위 가운데 외국 영화는 ‘분노의 질주 9′(5위), ‘고질라 vs 콩’(8위) 등 2편에 그쳤다. 1위는 57억위안(약 1조700억원)을 벌어들인 ‘장진호’가 차지했다. 장진호는 작년 9월 말 개봉한 이후 중국 지방정부와 학교들이 나서서 ‘애국 영화’ 보기 운동을 벌인 결과 1위에 올랐다.

반면 10년 전인 2011년에는 중국에서 흥행한 영화 1~10위 가운데 6편이 외국 영화였다. 1위도 미국 영화 ‘트랜스포머 3’였고 ‘쿵푸팬더 2′(3위), ‘캐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5위) 등도 상위를 차지했다. 10년 새 외국 영화의 비율은 줄고 중국 영화의 비율은 크게 증가한 셈이다. 중국 국가영화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영화 산업 발전 계획에서 “향후 5년간 매년 10편 내외의 ‘내용이 훌륭하고 관객이 좋아하는’ 주요 작품을 내놓아 2035년에는 ‘영화 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국 영화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친일파 보안대장과 그를 암살하려는 여성의 사랑을 다룬 ‘색계’처럼 중국 당국의 역사관과는 다르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됐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는 중국 당국의 선전 기조와 다르거나 중국과 관련된 특정 국가가 부정적으로 묘사됐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한국 영화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하는 경우에도 심의에서 “왜 주인공인 학생이 공부를 안 하느냐”는 등의 지적 사례가 나와 공부 장면을 삽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매일 시청하는 TV 역시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더 활용되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CCTV방송은 15~19일 ‘용인하지 않는다[零容忍]’는 제목의 5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예정이다. 시진핑 시대 이후 낙마한 관료 140여 명이 등장해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내용이다. 예고편에는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 저우장융 전 항저우시 당서기 등이 낙마 후 처음으로 등장한다. 예고편이 공개된 날 중국 관영 매체는 2020년 낙마한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이 뇌물 수수, 증시 조작, 불법 무기 보유 혐의로 기소됐다고 죄명을 처음 밝혔다. 중국 공산당 사정(司正) 최고기관인 중앙기율위원회 전체회의에 맞춰 사정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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