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하루만에… 北, 보란듯 무력시위

이용수 기자 2022. 1.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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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세번째 미사일 발사… 美·北 강대강 충돌 우려

1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발표 하루 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 외무성을 통해 “강력히 반응하겠다”고 위협했고, 8시간 후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작년 10월 중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이후 3개월간 도발을 잠시 멈췄던 북한이 새해 첫 2주 동안에만 미사일을 3연속 발사하며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미사일 발사는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이웃 및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도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이 안보 불안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오전 6시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고 강도적 논리”라며 “미국은 우리의 정당한 활동을 유엔 안보리에 끌고가 비난 소동을 벌이다 못해 단독 제재까지 발동하면서 정세를 의도적으로 격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전면 금지된 탄도미사일 발사가 ‘합법적 자위권 행사’라는 기존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앞서 북한이 지난 5일과 11일 잇따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12일 재무부·국무부가 나란히 독자 대북 제재에 나서는 한편 유엔 안보리에도 추가 대북 제재를 요구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내고 “북 미사일 대응을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3일에도 “북한의 이런 행동엔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외교적 해결’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인내심이 바닥나면서 본격적으로 ‘채찍’을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이날 재차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며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에 미국도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 미사일 1차 발사(5일)→미 “미사일 발사 규탄”(6일)→북 미사일 2차 발사(11일)→미 독자 제재(13일)→북 대미 경고 후 미사일 3차 발사(14일)→미 대북 규탄 및 추가 제재(예상)의 순서로 정초부터 미·북이 강대강 충돌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무력 시위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년 전 직접 지시한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을 이행하는 차원이지만, 미국의 관심을 끌고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는 부수적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대안연구원장은 “북한의 잇단 도발은 제재 완화를 비롯해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고강도 제재와 국경 봉쇄 장기화로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작년 초 취임 후 줄곧 북한 문제를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던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미사일 발사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 국방 당국은 미·중·러밖에 보유하지 못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북한이 거의 완성했다는 데 충격을 받은 분위기”라며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말했다.

미·북의 강대강 충돌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남북 평화 이벤트’ 구상은 더욱 꼬이게 됐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베이징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종전 선언 등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이례적으로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대해 우려가 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에게 임기가 다 된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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