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마개는 오른쪽에? 일상 돕는 오감 활용

이후남 2022. 1. 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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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각 연구소
일상 감각 연구소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어크로스

인간의 감각은 서로 결합해 작동한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곳에서 안경을 쓰면 타인의 말이 더 잘 들린단다. 입술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말소리가 데시벨을 높인 것처럼 한결 명료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청각과 시각의 결합이 초가산성, 쉽게 말해 플러스 효과를 거둔 것이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화면과 소리가 모두 명료해도 배우의 입 모양과 음성이 맞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우리의 뇌는 “부적합하게 조합된 감각 자극”을 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중감각이 저가산성, 다시 말해 마이너스 결과가 된 사례다.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둥글고 투명한 온실 같은 건물 내부에 식물이 자란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일상에서 감각이 작동하는 방식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어디일까. 쉽게 짐작하듯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싶은 기업들이다. 이 책 『일상 감각 연구소』에 따르면 매장의 음악 빠르기, 온도, 향기를 비롯해 자동차를 열고 닫을 때의 소리나 신차의 냄새 등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감각의 활용이 기업의 전유물일 순 없다. 실험심리학자 이자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이번 책에서 좀 더 넓은 독자를 겨냥한다. 감각의 작동과 관련된 숱한 사례와 일상의 활용법을 집, 정원, 침실, 출퇴근, 직장, 쇼핑, 헬스케어 등 공간과 상황에 따라 풀어낸다.

당장 시도해볼 만한 유용한 팁도 여럿이다. 출장 등으로 잠자리가 바뀐 첫날의 불면을 피하려면 집에서 가져온 익숙한 방향제를 쓰라든가, 숙면을 위해 귀마개를 하려면 오른쪽 귀를 잘 막으라든가 하는 것 등이다. 오른쪽 귀가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우뇌가 먼저 잠들고 좌뇌는 경계를 서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연이 주는 감각적 자극의 효용을 책 전반에서 거듭 강조한다. 우리의 시각 시스템이 나무와 그 가지의 모습처럼 중복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다는 가설, 도시 경관보다 자연환경이 주의집중력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이론 등이 곁들여져 설득력을 더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만사에 감각이 우위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온실처럼 지어져 그 안에 식물이 자라는 구글 본사 같은 직장도 있지만 아예 창문이 없는 직장도 있다. 이 책이 벽에 가상의 창문을 배치하거나 TV 화면으로 창밖 장면을 보여주는 방법 등의 효과를 언급하는 이유다. 재미있는 것은 자연의 자극을 시각이나 후각으로 재현하는 건 도움이 되지만 청각은 아니란 설명이다. 사무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면 자연을 떠올리기보다 화장실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개방형 사무실의 소음 대책으로는 오히려 갈색소음의 활용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때로는 감각의 단식도 필요하다. 현대인은 늦은 밤까지 휴대폰 화면을 보는 등 자극의 과잉이 잦다. 반대로 자극의 부족도, 특히 강제적 발탁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CIA가 고글과 귀마개로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것이 그 예로 나온다. 이렇게 외부 자극이 부족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각적, 청각적 환각이 생긴다. 그야말로 고문이다.

저자는 감각의 활용을 ‘센스해킹’(sensehacking, 이 책의 영어 원제이기도 하다)이라고 부른다. 그가 정의한 센스해킹은 ‘사회적·인지적·정서적 웰빙을 위해 감각의 힘과 감각 자극을 사용하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사례와 정보를 소개하는 탓인지 너무 뻔하거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팁도 종종 눈에 띈다. 전체를 꿰뚫는 심오한 통찰보다는 단편적인 사실과 사례의 재미가 반짝이는 책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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