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딜레마, 두 개의 뿔 중 어느 것을 잡든 다른 뿔에 받히는 형국

입력 2022. 1. 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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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 인문학
순은(純銀)처럼 햇살 빛나는 아침이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희망의 새해에 뜬금없이 로마 제정을 연 카이사르(시저, Caesar)의 아내가 생각난다. 카이사르는 모두 세 번 결혼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의하면 그는 18살 때 13살 코르넬리아와 처음 결혼했으나 불행히도 그녀는 해산하다 죽고 만다. 두 번째는 폼페이의 사촌 폼페이아와 결혼했다. 세 번째 결혼은 피소의 딸 칼푸르니아와 하게 된다.

두 번째 결혼은 아내의 스캔들로 파경에 이른다. 폼페이아는 결혼 전까지 명문귀족 출신인 풀케르(Pulcher)와 사귀었다. 풀케르는 호민관으로 선출되려고 귀족 신분을 버리고 평민의 양자가 된 로마의 정치가다. 카이사르의 어머니와 폼페이아가 집에서 보나 데아(Bona Dea, 순결과 정결, 다산을 관장하는 로마의 여신) 제사를 올릴 때 풀케르가 여장을 하고 몰래 참석했다가 목소리 때문에 발각된다. 남자는 참석할 수 없는 제사에 풀케르가 변장하고 숨어들도록 교사한 폼페이아는 신성모독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카이사르는 부인의 간통을 추궁하지 않고 무죄 석방했다. 그러나 그는 “카이사르의 아내는 의혹을 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Caesar’s wife must be above suspicion)”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폼페이아와 이혼했다. 이 고사에서 의혹이나 혐의를 사서는 안 될 사람(a person required to be above suspicion), 곧 ‘시저의 아내(Caesar’s wife)’라는 말이 나왔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많은 국민들은 누구를 선택할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대선을 꼭 두 달 앞두고 유권자의 솔직한 심사는 한마디로 딜레마(dilemma)다.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음을 가리키는 딜레마는 둘을 뜻하는 ‘di’와 사안이나 상정을 의미하는 ‘lemma’를 합한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2개의 대안을 황소의 뿔(horns)에 비유해서 어느 것을 잡든 다른 뿔에 받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을 말한다.

‘합니다’ 이재명은 재난지원금 살포 등 물불 안 가리고 뭐든지 다 하겠다고 약속을 남발하고, ‘살리는’ 윤석열은 만능 패스를 흔들면서 죽은 자도 살릴 기세다. 특히 국민의힘은 ‘보수 궤멸’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을 자신들의 후보로 영입하고 반대편에 있던 3김을 응원단장으로 모셔 와서 한동안 내홍을 겪었다.

불과 몇 년 전 호주 출장에 동행한 직원을 누군지 모른다고 잡아뗀다면 이건 기억상실증에 걸렸던가 치매로 의심받을 일이다. 이런 여당 후보를 찍으면 거짓과 위선의 왕국을 맞이할 게 자명하다. 한편 야당 후보는 입만 열면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에겐 자유가 필요 없다는 등 실언과 무지를 쏟아낸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를 선택하면 국정 혼란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영부인(First lady)이 사라진다. 영부인은 대통령과 주지사 부인에 대한 존칭이지 제도가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변호사 출신의 여당 후보는 청렴과 공정을, 검사 출신 야당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의 아들과 가족을 보면 정반대라는 점이다. 비호감 경쟁인 이번 대선에서 여당은 콘크리트 집토끼를 철석같이 믿고 있고, 야당은 정권교체라는 시대정신을 볼모로 삼고 있다. 역사상 어떤 대선도 유권자를 이토록 곤혹스럽게 만든 적은 없었다. 솔로몬 왕은 어디에 있는가?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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