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뷰티의 시대..'흰 피부'는 무죄일까

유지연 2022. 1. 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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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피부색의 문화 정치
미백:피부색의 문화 정치
박소정 지음
컬처룩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인기가 대단하다. 한국 커플 매칭 프로그램의 계보를 잇는 ‘한국적’ 프로그램이지만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다. 그러다 보니 여성 출연자의 피부에 대해 ‘하얗다, 그래서 좋다’고 표현한 발언이 해외에서 문제가 됐다. 곱고 하얀 피부에 대한 선호가 당연시되는 한국인들에겐 어리둥절한 일이다. 다인종 국가에서 피부색이 갖는 정치적 함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백. 사전적 의미로는 살갗을 아름답고 희게 하는 미용술이다. 미백 화장품이나 미백 시술 등 피부를 하얗게 가꾸는 기술적 행위로서나 인식되던 단어다. 책 『미백:피부색의 문화 정치』에선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일상적 행위를 욕망과 권력의 문제, 신체와 정체성의 문제, 문화와 정치의 문제 등 다양한 층위의 논의로 확장한다. 흰 피부를 추구하는 일상적 미의 실천이 백인에게 우월한 위치를 부여하는 무의식적 사고는 아닌지, 아름다움을 넘어 계급적 욕망을 내포하는 건 아닌지, 미디어 속 한류 스타들의 미백 피부가 아시아 내 미의 위계를 만든 나머지 우리 스스로를 ‘명예 백인’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저자는 신체의 맨 겉 표면, 표피의 문제였던 미백을 문화적 현상으로 탐구한다. 아시아인이 미백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의미만은 아니다. 오히려 미백의 이유를 백인에 대한 선망으로만 손쉽게 설명하는 식민주의적 시각을 경계한다. 서구와의 관계 밖에서, 한국 내 유구한 미백 문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한국의 맥락, 한국의 구체적 조건으로부터 미백의 세계를 집요하게 풀어나간다.

K-팝과 K-뷰티 등 전 세계로 콘텐트를 발신하는 한국에서의 미백은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홈마(홈 마스터, 사진 찍는 팬)’에 의해 보정된 BTS의 미백 피부를 보면서 한국식 미의 기준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한국식 흰 피부의 아름다움이 새로운 미의 표상을 제공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국에서는 미백이 여성에게만 유효한 단어도 아니다. ‘꽃미남’으로 불리는 남성들의 사례로 미백 현상을 풀어가다 보면 뷰티가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작동한다는 페미니즘적 논의는 납작해진다.

한국 문화 속 미백의 탐구는 코로나19 시대와 만나 보다 실천적 의문으로 발전한다. 아시아 혐오를 촉발한 코로나19로 한국인 역시 인종 혐오 범죄에 노출됐다. 서구권의 인종 차별에 대항하는 목소리는 한국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대부분 더 어두운)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차별은 만연하다. 미백된 한국 스타의 광고가 걸린 동남아 쇼핑몰은 아시아 내 미의 위계를 상징한다. 저자는 한국의 미백 문화를 통해 우리 안에서 새롭게 형성된 제국주의적 욕망을 꼬집는다. 그리곤 질문한다. “백인의 패권에 목소리를 내는 한국인과 자신보다 어두운 피부색을 지닌 유색인을 하대하는 한국인은 서로 별개의 인물일까?”라고.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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