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서 고2까지 몽둥이로 전신 구타" 전 원생 폭로..고아권익연대 "가해·책임자 처벌해야"

고아권익연대, 서울 은평구 모 보육원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아동학대·고문·노동착취 가해·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사과·보상하라" 촉구
서울시·복지부에 합동 진사 조사도 요구

고아권익연대 회원들이 14일 서울 은평구의 모 보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교사들이 10대 원생에게 7년간 폭행과 벌 세우기 등 학대 행위를 지속했다고 고아권익연대가 폭로했다. 이 단체는 고아와 18세 넘은 보육원 퇴소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고아권익연대는 14일 서울 은평구의 모 보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고문, 노동착취 가해자와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문제의 보육원 출신인 박지훈(가명·22)씨는 지난해 9월 교사 3명을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범죄수사대에서 조사 중이다.

박씨는 고소장에서 “초등 5년이던 2012년부터 고2이던 2018년 퇴소 직전까지 7년간 교사 3명이 나무 몽둥이와 대걸레 봉, 휴대전화 등으로 지속해서 학대했다”며 “성장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보육원의 한 교사는 알몸 상태인 자신을 샤워장 구석에 몰아넣고 샤워기로 냉·온수를 번갈아 수십분간 뿌렸고, 다른 원생들에게 ‘처리해라’, ‘혼내주라’ 등 명령을 내려 무자비한 폭행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또 다른 교사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꿇어 않는 ‘장궤 자세’로 온종일 기도하게 하거나 10시간 묵주기도를 시키는가 하면 벽을 보고 서 있게 했다고도 전했다. 화장실에서 전과 참고서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500∼1만번 시키는가 하면, 나무 몽둥이 등으로 전신을 반복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곳 생활은 지옥과 같은 일상이었다”며 “폭력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아이들이 더는 없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육원과 가해 교사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했으면 좋겠다”며 “서울시도 책임을 가지고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호소했다.

고아권익연대 측은 박씨의 고소가 알려지면서 이전에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고도 했다.

이 단체는 “발바닥에 피가 맺혀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폭행하거나 말을 듣지 않았다고 여중생을 속옷까지 발가벗기고 보는 자리에서 옷을 가위로 다 자르기도 했다고 한다”며 “샤워 시간에 벽을 보고 선 뒤 대야로 온몸을 맞았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이 단체는 보육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등에 민·관이 합동으로 학대 진상을 밝힐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아권익연대 회원들은 앞으로 1주일간 보육원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스1에 따르면 이 보육원을 운영한 재단은 모 수녀회로 알려졌다.

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