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대우조선 합병 무산.."조선업 구조조정 물거품"
[앵커]
현대중공업지주가 3년 동안 추진해 온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이 유럽연합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현대중공업이 합병하려면 사업을 하는 해외 각 국가들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 유럽연합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 등에서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하게 되고 이 경우 유럽의 해운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한국 조선업의 새판짜기가 어려워졌고 대우조선은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정새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 조선업의 이른바 '빅 3'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입니다.
이들 조선사의 출혈 경쟁이 심하고 주력 분야도 겹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제기돼 왔습니다.
정부는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과 합치게 해 우리 조선업의 체질 개선을 꾀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이번 유럽연합의 결정으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정동익/KB증권 이사 : "획기적인 어떤 방안들이 마련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정부가 계속 끌어안고 가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부는 결합 무산이 업계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낙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주요 국가들을 앞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기술 격차는 좁혀질 수 있습니다.
선박 발주량만 놓고 보면 지난해 중국이 우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1년 여전 자국 내 1~2위 조선사 결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2019년 합병 추진을 시작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현대중공업 외에 새 주인이 될 마땅한 후보가 없습니다.
[정동익/KB증권 이사 : "어떤 노하우나 이런 것들이 필요한 비즈니스인데 다른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좀 어려울 것으로…"]
기술 유출 등이 우려되는 만큼 해외 매각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조선업계는 큰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최창준 이근희
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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