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층간소음' 항의에.. "못 배워 밤 늦게까지 일하냐" 조롱

송주상 기자 2022. 1. 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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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김연정 객원기자

모두가 잠든 새벽, 지방의 한 아파트에서 ‘쿵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랫집은 익숙한 소리였다. 윗집에 사는 초등학생 아이 2명이 뛰어다니며 낸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새벽에는 조용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하필 이날 아랫집 남편이 새벽 늦게까지 대리운전을 하다가 오전 3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8시에 또 출근해야 하는 상황, 참다못한 부부는 윗집을 찾아갔다.

‘딩동’ 벨을 한차례 눌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재차 누르자 그때야 윗집 남편이 나왔다. 그는 부부를 보자마자 “새벽 3시에 미쳤냐” “거지 같이 아파트 물 흐리지 마라” “전세냐, 월세냐” “못 배우고 어릴 때 공부 안 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냐” 등 폭언과 조롱으로 답했다. 이에 부부는 맞섰지만, 윗집 남편은 더 크게 소리 지르면서 화만 낼 뿐이었다. 그 이후로 윗집에서 들리는 ‘쿵쿵’ 소리는 더 커졌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자신을 지방에 사는 32살 새댁이라고 밝힌 작성자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글을 올랐다. 작성자 A씨는 “윗집에는 초등학생 남자아이 2명과 부부가 산다”며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최근 들어 쿵쿵거리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했다. 또 “애들이라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고, 심할 때는 포스트잇도 붙였다”며 “오히려 더 심하게 쿵쿵 거리더라”고 했다.

A씨는 “다행인 것은 남편이 보통 새벽 1시에 들어오는데, 그 시간에는 애들이 자는지 조용하다”며 “나 혼자 힘들고 말자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했다. 윗집을 찾아간 날은 남편이 오전 3시까지 대리운전을 하다가 들어온 날이었다. 이때까지 윗집의 소음은 계속됐다. A씨는 “남편은 잠깐 자고 오전 8시에 다시 출근해야 했다”며 “(층간소음을 들은) 남편이 지금까지 이걸 어떻게 참았냐며 화나서 윗집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소음 자료사진. /pixabay

그러나 돌아온 것은 폭언과 조롱이었다. A씨는 “(윗집의) 남편분이 나와서 소리를 지르더라. 욕설도 들었다”며 “‘그러니까 그러고 사는거다’ ‘전세냐, 월세냐’ ‘못 배우고 어릴 때 공부 안 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자랑이냐’ 등의 말이 기억난다”고 했다. 이어 “저 고생 안 시키겠다고 늦게까지 일한 남편이다”라며 “이런 소리나 듣게 했다는 생각에 옆에서 울었다”고 했다.

결국 부부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로 윗집에서 들리는 소음은 더 커졌다. 이에 A씨는 “스트레스 받는데 이사 갈 형편도 안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가 올린 게시물을 본 윗집 남편은 “게시물 지워라” “그러니까 니 남편이 대리(운전기사) 같은 걸 하지”라고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메시지를 같은 게시물에 공개한 A씨는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지울 생각 없다”며 “평생 남한테 해 끼치면서 산 적 없는데, 왜 아저씨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 대응해라” “층간소음 문제로 함부로 윗집에 가면 안 된다” “직업에 귀천이 어딨느냐” “열심히 사는 것도 죄냐” 등 반응을 남겼다. 일부는 A씨의 사연이 실제가 아니라면서 “윗집이 번호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저 정도로 개념 없는 가족이 있겠냐. 작위적이다”고 했다. 이에 “번호는 택배 등에서 알아낼 수 있다” “저 가족보다 더한 가족도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국내 층간소음 갈등 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접수한 층간소음 관련 전화상담 통계에 따르면 2012년 8795건이던 상담 수는 2020년 4만2250건을 기록했다.

한편 윗집 항의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충간소음에 항의한 아랫집에 접근금지를 확정했으나, 이때 1~2분 간격으로 전화하거나 조롱 문자메시지 발송, 윗집 앞에서 서성이기 등 아랫집의 과한 행동이 문제였다. 다만 윗집 문틈에 손을 넣는 행위 등은 주거침입 또는 폭행 혐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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